2006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뒤 2010년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최진영의 세 번째 장편소설.

"신예 소설가들 중에서 최진영만큼 독자를 사로잡는 작가를 보지 못했다.", "그의 세대에서 그만큼 생을 적나라하고 깊게 보는 시선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는 평처럼, 최진영은 나와 너의 생에서 마주해야 하는, 그러나 스쳐지나가게 내버려둘 수밖에 없던 무기력과 외면의 순간을 뿌리째 움켜쥐며 특유의 '독한' 언어의 채로 가차 없이 털어낸 뒤 독자들에게 그 날것을 대면시켜왔다.

최진영은 이전 작품들을 통해 우리 시대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폭력적인 분노로써 포착한다고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에서는 분리수거조차 될 수 없는 '쓰레기' 같은 인간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이 주인공은 소수자도 피해자도 아니며, 아내와 딸에게조차 버려진 가장, 횡령과 살인혐의로 도피하는 자다.

'죽는 게' 나을 만큼 비참함 자체, 눈앞에서 치워져야 할 존재. 그러나, 그럼에도,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에서 최진영은 버림받아 마땅한 그를 앞세워 전혀 예상치 못한 내기에 우리를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