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로그인 02>는 원래 작년 여름에 낼 예정이었는데 여러 사정으로 많이 늦어졌다. 그 사이 많은 투쟁이 있었고, 많은 동지들이 철탑에 올라갔고, 대선이 있었고, 많은 노동자들의 자살도 있었다. 그리고 박근혜정부가 출범하였다. 
지난 30여 년간 지속되어 온 ‘신자유주의 세계화 축적체제’란 자본의 천국을 위해 자본과 국가의 노동과 민중의 삶에 대한 공격을 본질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체제의 재생산과 축적위기의 표현인 2008년에 발발한 세계적인 경제위기는 비단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만이 아니라 지구상의 수많은 노동자와 민중의 삶을 유린하고, 그에 대한 노동자와 민중의 저항과 투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경제위기가 강요하는 고통은 불만과 저항을 부르지만 민주주의를 들먹이는 부르주아 정치체제는 4년이나 5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선거라는 장치를 통해 체제의 정통성을 재생산한다. 선거가 끝나면 대중의 고통에 대한 빈말뿐인 위로조차 오고간데 없이 어제의 협잡꾼과 정상배들이 다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국가와 정부와 권력의 자본에 대한 봉사는 한 치도 위협받거나 흔들림 없이 지속된다. 

2012년의 대선도 그러했다. 대중은 자본의 천국을 위해 강요되는 신자유주의로 고통받고 있는데, 누구보다도 자본의 천국을 위해 헌신할 보수우파인 한나라당의 박근혜 후보가 ‘생애 주기별 맞춤복지’ 등을 운운하며 온갖 질 나쁜 싸구려 화장품으로 얼굴 화장만 조금 바꾼 채 당선되었다.

변혁세력에게 이 시기가 제기하는 과제는 엄중하다. 지난 10여 년간 온갖 출세주의자들과 기회주의자들과 종파주의자들이 노동자계급의 이름을 팔아 진행해 온 노동자정치세력화는 자유주의 세력에게 빌붙는 것도 모자라 동거체제까지 꾸리다가 파탄났다. 그 사이 현장과 조직이 무너지고 대중은 좌절을 강요당하고 있다.

이제 다시 시작하여야 할 때다.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노동자계급과 민중의 미래는 없다. 이 체제와 단절하기 위해 바뀌어진 계급지형과 운동지형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변혁의 전략과 실천의 지침을 만들어내야 한다.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 추진위원회’(사노위)의 이론정책지인 <사회주의 로그온>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담아내고 이러한 과제에 부응해야 하지만 우리의 능력과 여러 사정은 이 목표에 부응하지 못했다. 

이번 호 <사회주의 로그온 02>의 <특집>으로는 ‘박근혜정부의 출범과 좌파의 과제’를 잡았다. 김명신 회원의 “2013년 정세와 투쟁과제”는 2013년 세계경제와 한국경제 그리고 동북아 정세를 전망하고, 인수위에서 제출했던 정책방향과 지난 3월 발표된 ‘2013년 경제정책 방향’을 분석하면서 박근혜정부가 이야기하는 ‘창조경제’가 경제성장론의 다른 표현에 불과하고, 국가의 적극적 개입을 통한 산업 활성화, 기업지원체제의 구축, 규제완화 등의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고, 이 기조하에 일자리와 시혜적 복지가 종속적으로 결합된 것에 불과하며, 그렇기에 ‘성장’을 뺀 ‘창조경제’의 구체화가 불가능하고 추상을 맴돌고 있다고 진단한다. 나아가 박근혜정부의 핵심과제는 글로벌 차원의 자본 간 경쟁 격화에 따른 자본의 대응체제 구축이기 때문에, 출범 초기 국가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에 대해 다소 논란이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경제민주화 법안은 후퇴하고, ‘노동‘은 경제의 부속물로 전락하면서 한국 경제는 자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스템 구축으로 빠르게 움직여 갈 것이라고 본다. 그러면서 현대차 사내하청을 중심으로 한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정규직화 투쟁과 쌍용차 정리해고 반대투쟁 등을 핵심적인 투쟁과제로 제출하고 있다. 
또한 박근혜 후보의 대선공약과 2013년 3월 28일 제출된 ‘교육부문 국정과제 실천계획’을 분석한 ‘교육혁명공동행동’의 김태정은 박근혜정부의 교육정책이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실질적인 완결과 안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면서, 특히 “교육주체들의 투쟁 요구를 부분적으로라도 반영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의 일부 내용-OECD 상위 수준의 학급당 학생수 감축, 교원업무 정상화, 대입제도 간소화, 초등학교 일제고사 폐지, 고교 무상교육, 대학반값등록금, 고등교육 재정확대 등-에 대해 성실한 이행을 촉구하고 압박하는 투쟁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는 점과, 동시에 박근혜정부가 이명박정부에 이어 지속적으로 추진할 신자유주의 교육정책들에 맞선 싸움-일제고사 중단, 학교폭력 생활기록부 기재 반대, 농산어촌학교 통폐합 반대, 교원평가 반대, 국공립대민영화 반대, 교육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의 투쟁-을 중단 없이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교육주체들의 단결과 연대를 구축하고 노동자 민중운동을 교육혁명의 주체로 조직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한편 ‘포럼[사회복지와 노동]’의 강동진은 특히 ‘국민행복을 향한 맞춤복지’라는 제하의 ‘2013. 보건복지부 업무보고’를 분석하면서, 박근혜정부의 복지정책이 보수주의 복지국가 구상과도 무관하고, ‘보편적 복지’와도 거리가 멀고, ‘맞춤형’은 노동자?민중의 삶에 대한 맞춤형이 아니라 재정과 예산맞춤형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과, 이명박정부의 ‘능동적 복지’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기획>으로는 ‘당운동과 대선평가’를 중심으로 노동자정치세력화를 둘러싼 쟁점을 다룬 글과 2012 대선과 좌파운동을 평가한 글 그리고 노동자 선투본의 선거평가서를 실었다. 정책선전위원회에서 제출한 “현시기 노동자정치세력화를 둘러싼 쟁점과 방안”은 당운동과 대중운동의 양날개론에 입각하여 노동자 대중을 대상화/수동화시켰던 민노당과 통진당으로 이어지는 지난 10년간의 노동자정치세력화 운동의 파산을 분석하고, 최근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과 여러 정파들이 주장하는 조합주의적 정치세력화, 노동중심성을 가미한 진보정당론에 대하여 현장활동가에 기반한 ‘변혁적 노동자계급정당론’을 제출하고 있다. 특히 노동중심의 진보정당이 아닌 노동자계급정당, 사민주의가 아닌 반자본 사회주의, 선거를 통한 집권이 아닌 노동자민중 스스로의 힘을 통한 노동자민중권력 쟁취를 주장하고, 대중정당과 전위정당의 잘못된 이분법을 넘어 당비만 내는 당원이나 페이퍼 당원이 아니라 모든 당원이 당의 한 기구에 속해 활동하는 당원 규정과 민주적인 당운영 원리를 제출하고 있다.
국제활동가인 타흐리르 출판사의 원영수는 2012년 대선을 분석하면서 제도좌파의 선거대응이 계급정치의 자멸이었고, 좌파의 공동대응이라는 진보신당의 공식 입장을 파탄내었던 사회당계의 공작정치와 그 결과물인 김순자 선거운동, 그리고 좌파의 생존을 위해 강요받았던 ‘노동자대통령 선거투쟁본부’의 독자 대응을 분석한다. 특히 노동자 선투본이 완주라는 소중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강요받았던 여러 한계 때문에 정치적으로나 조직적으로 실질적인 성과가 취약하고, 좌파의 제한적 역량에 비해 주객관적 정세의 무게를 견뎌내고 추락한 계급정치를 복원할 대안세력으로서 자기정립의 정치조직적 과제를 수행해낼 수 있을지 미지수임에도 치열한 자기반성이 없다면서, 선거의 준비과정과 선거기조, 선거운동과 운영 등의 측면에서 나타난 부정적 측면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있다. ‘노동자 선투본’에 앞장섰던 사노위로서는 이 글이 무척 쓰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위안이 아닌 치열한 반성이기 때문에 ‘노동자 선투본’의 평가서와 함께 여기에 실었다.

그리고 지난 호에 이어 <강령논쟁>의 연속기획으로 ‘프롤레타리아트 독재’에 대한 글 4편을 실었다. 강령기초위원이었던 남구현 교수는 “맑스는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를 자본주의를 넘어 공산주의로 나아가는 이행기 사회의 국가로 개념화하였고, 파리 꼬뮨의 민주주의는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형식성을 뛰어 넘는 것이었다는 점, 강령 초안에서 우리가 건설할 사회주의는 노동자 민중의 직접정치를 가능케 하는 노동자 권력으로서 프롤레타리아트 독재의 원래적 의미를 복원하고, 관료주의와 국가주의를 극복하는 것을 정치의 핵심으로 제시하였고,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이행기 사회의 국가형태로서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를 설정하였다는 점, 원래적 의미의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를 복원한다는 것은 동시에 현실사회주의 국가에서 프롤레타리아트 독재의 이름으로 행해지던 왜곡된 형태를 극복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노동자 계급의 권력기관으로서 노동자 평의회에 기초하여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노동자 민중의 자치능력을 제고해 나갈 것이 제시하였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대구가톨릭대의 이득재 교수는 “코뮌과 소비에트”라는 글을 통해 1905년 이바노보-보즈네센스크 노동자대표 소비에트와 1917년 페트로그라드 소비에트를 천착하면서, 1905년 혁명 이전부터 러시아에 존재하던 무수한 코뮌과 지역 소비에트가 페트로그라드 소비에트와 러시아 혁명의 토대가 되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한편 박석삼 회원은 “‘프롤레타리아트 독재’의 쟁점에 관한 역사적 고찰”이란 글에서 ‘프롤레타리아트 독재’에 대해 맑스가 사용했던 모든 사례의 분석을 통하여 이 개념이 맑스가 그다지 즐겨했던 핵심적 사상이 아니라는 점과 러시아 혁명가들의 논쟁 속에서 왜곡된 과정을 분석한다. 특히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는 플레하노프나 레닌이나 트로츠키와 같은 러시아 혁명가들이 착목한 뭔가 독재적인 수단을 전제한 정부 형태나 정책형태가 아니라 이행기 국가의 성격에 관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
정병기 영남대 교수는 “서유럽 공산당의 프롤레타리아 독재 이념”이란 글을 통해서 “이탈리아공산당 다수파가 소련 사회주의와 더욱 멀어져가면서, 다수의 동의와 다양한 계층의 실질적 참여를 노동자계급의 헤게모니를 구축하기 위한 전제로 설정하면서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폐기하고 유로코뮤니즘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기고에 응해준 여러 교수들께 감사드린다.

<국제>에서는 경제위기와 맞물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유럽 좌파통합운동의 실상과 쟁점을 다룬 글과, G2의 전략적 경쟁과 양상을 다룬 글 그리고 경제위기 하에서 유럽 노동자계급과 민중들의 투쟁을 분석한 글을 실었다. 특히 박석삼 회원은 Syriza, Left Bloc, NPA를 중심으로 “유럽 좌파통합운동의 현황과 쟁점”을 분석하고, 유럽 좌파통합운동이 역사적 사회주의의 붕괴와 신자유주의의 공세하에서 주변화되었던 변혁좌파들이 사민주의의 사회자유주의로의 전향과 관료적이고 사회개량주의적인 공산당의 밖에서 형성된 새로운 계급지형과 전통적인 노동운동과는 다른 여성과 생태 등 새로운 의제와 운동과 주체 등의 문제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점과 이 운동의 성패와 미래가 만만치 않다는 점 등을 분석하고 있다.
이유철 회원은 환태평양, 동남아, 인도양 그리고 중동과 러시아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적 경쟁 속에서 재편되어 가고 있는 과정을 추적하고 특히 북한과 일본, 한국에 대한 G2의 입장과 대응을 분석하고 있다. 
전소희 회원은 스페인의 ‘분노한 사람들’과 그리스의 연이은 총파업과 좌파인 Syriza가 급부상한 총선 등을 추적하면서 유럽 노동자 민중의 투쟁을 촉발한 것이 유럽연합과 유로화의 구조적 모순임을 밝히고 있다.

<현장>에서는 자본의 공세에 대한 총노동의 대응을 위해 현장의 재조직화와 투쟁의 방안을 모색한 김동성 회원의 글과 교육운동의 주체인 대학생들이 ‘교육의 운영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 대학을 공공의 것으로!’를 기조로, 대학적립금 환수와 고등교육재정 확충을 통한 무상교육, 대학 구조조정 반대와 대학 국유화, 학과 구조조정 반대와 마음놓고 공부/연구할 수 있는 권리, 교육과 연구, 학교운영에서 학생 의결권 쟁취, 학생자치 탄압 중단 등을 교육투쟁의 의제로 제출하고 있는 사노위 학생위원회(준)의 글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