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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

도서명 : 분노의그림자멕시코한혁명가로부터온편지

가격

9,000원

적립금

630원

지은이

마르코스/윤길순

제조사

삼인

수량선택

사파티스타, 평화를 위한 대장정."
멕시코 치아파스, "예언이 휘몰아치는 남동부"에서 봉기한 원주민 반군으로 알려진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EZNL)이 며칠째 신문의 국제면에 등장했다. 15일간 진행된 평화 대장정 때문이다. 자신들을 정당한 '교전세력'으로 인정할 것을 멕시코 정부에 요구했던 반군은 '무혈'로 멕시코시티에 입성하고 25만여(!) 군중에게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교전중'인 반군의 부사령관과 게릴라들이 평화행진을 하고, 수도에 입성하고, 엄청난 군중들이 환영축제를 연다는 것이 말이다. 게다가 부사령관 마르코스는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마오주의자였다고 하지 않는가.(누군가는 평화 '대장정'을 했으니 마오주의자임이 틀림없다는 썰렁한 농담을 하기도 한다.)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요한 북미자유협정(NAFTA) 이후, 원주민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정부에 맞서 봉기한 사파티스타는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제3세계 민중운동을 상징하는 이름이 되어왔다.

최근(2001년 3월) 진행된 평화 대장정에 대한 뉴스를 통해 사파티스타와 그들의 투쟁을 접한 사람이라면, 부사령관 마르코스의 감동적인 편지들을 모은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이 사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에서 마르코스는 왜 원주민들이 봉기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어느 곳에서는 밀림의 밤에서, 아주 개인적인 감상까지도 얼핏. 그리고 신비로운 깊이를 가진 오랜 원주민 공동체의 지혜까지도.

물론 이렇게 알려진 사파티스타의 '외양'에 열광하는 다른 나라 지식인들의 '가벼움'에 대한 비판을 주의깊게 들어야 한다. 「사파티스타의 진실을 밝힌다 」라는 글을 이 책과 함께 꼭 참고해볼만 하다.(번역본은 신기섭님의 홈페이지에 있는 글로, 요크대 교수(정치사회학) 주디스 애들러 헬먼이 작성한 것이다.) 마르코스 부사령관 자신이 인터뷰에서 답변했듯이 그는 (상품화된 이미지로 각색된) '체 게바라'가 아니며, 사파티스타들은 시대와 이념이 다른 상황에서 다르게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런 경솔함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이 책은 독자들에게 원주민 반군의 "평화 대장정"과 수도입성, 수십만 군중의 환영과 같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의 본질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게 도울 것이다. 그리고 마르코스 부사령관이 이 책의 어느 구절에 쓴 아래와 같은 말들이 지구 반대편의 멕시코 민중들에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모든 노동자와 가난한 소작농, 교사, 학생, 진보적이고 정직한 지식인, 주부 전문가와 자주적인 정치조직들이 모두 여러분 각자의 방식으로 우리의 투쟁에 합류할 것을 요청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모든 멕시코인이 바라는 정의와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무기를 반환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용서나 자선이 아니라 정의를 원합니다!

97년 이후 멕시코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을 겪어온 우리에게 있어서 "각자의 방식"이 무엇인지도 생각해볼만한 일이다. 이 책은 이렇게 다시 관심이 집중되는 사파티스타를 '마음으로부터'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 박준형(2001-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