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얼마 전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일본사회에서의 불평등 심화 현상에 대한 일본 학계의 논쟁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논쟁의 당사자이기도 했던 저자들은 먼저 오늘날 왜 '계층'에 대한 관심과 의의가 상실됐는가 하는 의문에서부터 출발한다. 이는 일차적으로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의 해결, 풍요로운 사회로의 전환에 따른 사람들의 무관심 등에서 비롯한다. 저자들은 예전과 같은 의미의 계층은 리얼리티를 상실했을지 모르지만 계층연구의 의의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계층간 불평등, 젠더간의 격차, 외국인 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적 마이너리티의 문제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금껏 계급.계층연구를 주도해온 양대산맥은 마르크스주의 이론과 계층의 근대화론이었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의 절대적 궁핍화, 이윤율의 저하, 계급투쟁의 심화와 같은 전자의 예언은 모두 빗나갔다. 또한 평등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된다는 계층의 근대화론 역시 그 타당성을 의심받고 있다. 따라서 저자들은 계급.계층을 집합적 실체로서 파악해온 종래의 접근을 포기하고 개인적인 의미세계에서 이루어지는 '달성으로서의 계급.계층' 개념을 주문한다. 아울러 어떻게 개인적인 계층 달성이 동시에 공공적 가치의 추구가 되도록 할 것인가와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계층시스템의 틀을 짜는 것이 계층연구의 시급한 과제라고 제언한다.

이 책은 전후 일본사회의 계층적 변용을 이해하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근대사회, 특히 후발형 근대사회의 계층적 변용을 설명하고자 하는 일반이론을 추구하고 있다. 때문에 저자들의 치밀한 분석을 따라가다보면 우리의 근대화 과정과 겹쳐지는 상당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풍요사회에서 불평등을 바라보는 저자들의 새로운 분석틀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