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를 제외하고 주희만큼 동아시아 사회에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은 없었다. 비록 육구연이라는 사상적 라이벌이 있고 또 현실 정치 영역에서 많은 역할을 하지는 못했지만, 철학 사상이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주희는 생존당시부터 그 입지가 확고했다.

<진영첩의 주자강의>는 동아시아 전통사상에 많은 영향을 미친 주희의 삶과 사상을 쉬운 문체로 풀어낸 책이다. 주자학 연구로 이름이 높은 지은이는 홍콩 중문(中文) 대학에서 1984년에 행한 강의 내용에 자신이 주희에 대해 쓴 3편의 논문을 덧붙여 이 책을 구성했다.

전체 6장으로 이뤄진 이 책 1장에서는 먼저 동시대인들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주희에 대한 평가를 개괄한다. 지은이는 학파들 사이의 경쟁심과 대립, 파벌의식 등이 주희의 진면목을 수백년 동안 왜곡시켜 왔다고 지적한다. 이어 2장에서는 주희가 흔히 언급되듯 유학사상의 단순한 종합가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혁신가였음을 밝히고, 3장에서는 주희의 철학이 세계 철학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해 본다.

4장부터 6장까지는 주희에 대한 지은이의 논문을 실었다. 4장 '신유학사상을 완성한 주희'는 새로운 개념을 창안하지는 않았지만, 신유학에 새로운 성격을 부여하고 이를 종합, 완성한 주희의 철학 사상을, 5장은 지금껏 잘 알려지지 않았던 주희의 종교생활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마지막 6장은 학술교육 및 연구에 주희가 끼친 영향과 공헌에 대해 설명했다.

"진영첩의 '주희 사랑'이랄까, 그런 것이 너무나 강한 나머지 사랑에 눈이 멀어버린 것 같은 부분도 없지는 않다"는 옮긴이의 말처럼 주희의 삶과 생각이 긍정적인 측면에서 주로 다뤄지긴 했지만, 주자사상의 얼개를 파악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친절한 안내서가 될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