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7년 동아시아를 강타한 경제위기는 극심한 사회적인 혼란을 초래했지만 경제위기의 근본원인이 정치라는 리콴유의 말에서 엿볼 수 있듯이 위기에 있어서 정치적 리더십은 주요한 역할을 한다. 이 책은 그러한 문제의식으로 바탕으로 위기관리의 정치과정에 있어 동남아 4개국 정치지도자들의 리더십을 살펴보고 있다. 

동아시아 경제위기의 ‘진앙’인 태국에서는 민족주의적 보호정책과 빈곤층 보호로 지지를 급부상했으나, 부패로 침몰한 탁신, 가장 극심한 피해를 입었던 인도네시아에서는 혼란을 극복했으나 책임정치의 공백이라는 약점을 가지게 된 지도자, 메가와티, 급속한 경제 성장 속에서도 타협적인 정치성향으로 인하여 개혁이 불투명한 지도자 압둘라 바다위, 필리핀에서 반복되는 제도 외적 ‘민중권력’의 강력한 도전을 분석한다. 모성적 고난과 희생이라는 탈정치적 상징에 의존하는 아키노나, 전문적 능력과 경륜이라는 정치적 상징에 의존하는 아로요 모두 족벌정치와 과두제의 구조적 제약에 갇혀 정치위기에 빠지고마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정치 상황을 통하여 필리핀의 위기를 고찰해보고 있다.

대상선정이나, 분석의 방법에서 '위대한 지도자'를 택한 것이 아닌 위기에 맞부딪친 동아시아의 지도자들이라는 점, 그리고 지도자의 '자질'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주변 정황을 곱씹어 보고 있다는 점에서 꽤나 돋보이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