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척괴열전'은 베트남의 민간에 전승되던 신화와 전설을 한문으로 기록한 책이다. 멀게는 태고부터 가까이로는 14세기 진나라 유종 시대에까지 무려 4,200여 년에 이르는 광대한 시간을 배경으로, 베트남 민족의 건국신화와 독특한 풍속, 산천과 영웅들에 관한 스물 두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14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영남척괴열전'은 지은이와 만들어진 연대조차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은채로 필사본으로 유포되다가, 15세기 후반 베트남의 저명한 문인이었던 무경(武瓊)에 의해 새롭게 탄생되었다. 무경은 이 책의 틀린 글자를 바로 잡고, 책의 체제를 정비한 다음 새롭게 서문을 덧붙였다. <베트남의 신화와 전설>은 바로 이 무경이 엮은 '영남척괴열전'을 번역한 것이다.

이 책은 무경의 서문, 1.2부로 구성된 스물 두 편의 이야기, 무경 이후 '영남척괴열전'을 다시 펴냈던 책의 서문으로 구성된 번역문과 각각의 원문, 그리고 옮긴이의 해설로 이루어져 있다. 

본문을 이루는 스물두 편의 이야기들은 대부분 베트남 민중의 자연, 세계, 역사에 대한 독특한 태도와 이해를 바탕으로 그들의 상상력과 세계관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베트남 민중이 중국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민족주의적인 국가로 자리잡아 나가는 역사적인 과정이 건국신화라는 형식 속에서 펼쳐진다.

그리고, 사물이나 풍속의 유래를 살펴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상상력과 역사적 진실을 토대로 전개되고 있다. 그밖에 정령신앙 및 중국에 대한 대항의식을 담고 있는 신화, 용신 사상의 서사적 변형과 관련된 신화, 물의 신령들과 영웅들의 이야기, 불교 및 인도와 관련된 이야기, 중국의 텍스트를 부연하거나 패러디해서 만든 이야기 등이 주요 내용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