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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오면과의 인연
그날, 나의 대학생활에서의 친구-박주민 변호사 | 그날이오면과의 인연 2010.12.06 21:56:45
그날이오면 
그날, 나의 대학생활에서의 친구-박주민 변호사
추천 : 253 이름 : 박주민 작성일 : 2007-09-29 02:29:03 조회수 : 1,741
사실 난 그날이오면(이하 '그날'이라고 하지 뭐!)을 무지 좋아한다. 그날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라 자부한다. 왜냐하면 많은 다른 사람에게도 그랬겠지만 나에게 그날은 단지 책을 살 수 있는 서점으로서만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나의 대학생활을 함께 한, 그리고 도와준 고마운 친구였기 때문이다.

그날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마음의 양식도 양식이지만 나에게 술과 안주와 같은 육체적 양식도 마련해 주었었다. 그날에 학생증만 맡기면 만원이라는 거금이 내 손에 들어왔던 것이다. 요즘 분들은 만원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의아해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14년 전인 그 당시에는 비싸다던 돼지머리고기 1접시도 3,000원이면 먹을 수 있었다. 지금도 그날하면 생각나는 것 중 하나가 그날의 카운터쪽 유리면을 가득채웠던 다양한 과와 학년의 학생증인 것을 보면 나이외에도 다양한 분들이 그날을 나와 같은 목적으로 사용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곳에서 가끔 아는 사람의 학생증을 보게 되면 살며시 웃음도 나왔었고, 아르바이트비로 친구들의 학생증을 해방시켜 주는 훌륭한 친구를 보며 감탄한 기억도 있다. 하여튼 그날의 경영이 어려워진데는 그 당시 돈 빌려간 학생들이 돈을 안 갚은 것도 일조를 했을 것이라 생각될 정도였다.

또 그날은 모든 사람들에게 알림판의 역할을 담당했다. 지금은 손에서 핸드폰이 떠나는 일이 거의 없지만 대학교 3학년 때까지 아직 삐삐도 대중화되지 않았을 때였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모임이 어디에 있는지 메모를 적어 그날에 붙여 놓음으로써 서로 연락을 주고 받았다. 차수를 변경할 때마다 모임 중 어느 한 명은 꼭 그날로 다시 와서 변경된 장소로 메모를 바꿔 붙여야 했다(이거 안 걸리려고 술취한척 한 적 많다). 또 이렇게 메모로 모임의 위치를 공개적으로 알리다 보니 모임의 중간에 뜻밖의 손님들이 찾아오기도 하고, 큰 메모로 표시나게 붙였음에도 적게 모인 인원에 부끄러워하기도 했다. 나의 경우 대학생활 내내 녹두거리에 내려와서는 메모판에 가득찬 메모지 속에서 낯익은 이름을 찾는 것이 제일 처음 해야 하는 일이었고, 낯익은 이름이 없을 때는 허탈한 마음(?)으로 안에서 책을 읽으면서 누군가 아는 사람들이 메모를 붙이기를 기다리곤 했었다.    

그리고 그날은 사람을 기다리는 장소였다. 항상 약속을 잡을 때 '그날에서 몇시에 보자'였다. 그리고 특별한 약속이 없더라도 사람생각, 술생각이 나면 거미줄을 칠 수 있는 곳이 그날이었다. 책을 보면서 사람을 기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였다. 난 지금도 그날 앞에 놓여 있었던 평상과 거기에 앉아서 아는 사람들이 날아다니다 걸리기를 기다리던 무수한 사람들이 기억난다. 그날은 즐거운 기다림의 장소였다.

또한 그날은 내게 정신적 샤워실이었다. 사회에 대한 설익은 고민을 하다가 답답해진 가슴으로 찾아왔을 때 많은 가르침으로 가슴과 머리를 상쾌하게 해 주는 샤워실이었다. 이것저것 책을 뒤져보고 메모하고, 고민하고 하는 동안 내 머리는 맑아졌었다. 다들 상상이나 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는 인터넷이 없었거든.  지금 인터넷을 뒤지는 것을 그 때는 그날에 와서 책을 뒤졌다고 보면 비슷할 것이다.  

이렇게 그날은 단순한 서점이 아니었고, 나의, 그리고 우리의 대학생활의 상징이자, 매개체였다. 그래서 난 고맙다. 그날이 아직도 녹두에 존재하고 있어서.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되기를 바란다. 그와 같이 대학 때 가졌던 나의 고민과 열정도 계속 되기를 바란다. 가을도 되었으니 옛날에 빌린 돈 갚는다는 생각으로 책이나 좀 사야겠다. 가끔 마음에도 양식을 주기도 해야 하니...

주1)위 글에서 '요즘분'이라 하면 현재 학부에 적을 두고 있는 분들을 말하는 것으로 하지 뭐! 참고로 여기서 적이란 에너미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겠지만...해 두지 뭐!
주2) 모임 중간에 정말 안 왔으면 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을 피하기 위해 모임이름을 가명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술집에서 딱 마주쳐서 가명을 사용했다는 것이 알려지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경우 인간관계는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금이 가기도 했었는데 일종의 그날의 폐해(?)라 할 수 있었다.
주3)많은 사람들이 그날에서 거미줄을 치자 급기야 비밀스런 모임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은 그날앞을 지나지 않고 녹두로 행하는 루트를 개발하기도 했었다.
주4)그러고 보면 우리 부모님들은 그날이 없어지길 바라실라나.....그렇진 않겠지...이제 아들이 밥벌이도 하는데..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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