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입구에는 아주 특별한 서점이 있습니다.
바로 <그날이 오면>이라는 사회과학 서점입니다
지난 80년대에 풍미했던 사회과학 서점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지금 <그날이 오면>은 거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회과학 서점입니다. 젊은이들에게 사회변화의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독서와 학습에 불기를 지폈던 사회과학 서점들이 사라졌다는 것은 그만큼 시대에 대한 열정과 변화에 대한 갈망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슬픈 일입니다.
이 서점의 김동운 대표는 이런 점에서 참으로 골동품같은 존재입니다. 어디 먹고 살 일이 없어서 허덕허덕 책더미를 이고 지고 힘겹게 운영해가는 그는 차라리 이 시대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 사람 같습니다
그나마 <그날이 오면>이 살아남은 것은 지난 80년대 서울대학교를 다녔던 열혈청년들이 후원회를 조직하여 이 서점의 적자를 메워온 까닭입니다. 장경욱 변호사라고 아주 훌륭한 변호사가 이 후원회장을 맡고 있네요/.
오늘은 이 <그날이 오면> 서점이 주최한 서평대회 수상작들이 발표되고 그들에게 상을 주는 날입니다. 이 날 발표된 수상작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가 이 중에 1등상을 수여했습니다. 학부생부문 1등상_ 장경훈 (류은숙, 『인권을 외치다』) 2등상_ 오학준 (칼 폴라니, 『거대한 전환』) 전혜림 (김연수, 『밤은 노래한다』) 3등상_ 검은짐승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홍진 (칼 폴라니, 『거대한 전환』) 이주희 (미셸 푸코, 『감시와 처벌』) 전상희 (권리, 『왼손잡이 미스터 리』) 박천우 (『여기 사람이 있다』) 일반부문 1등상_ 최성호 (김규항, 『예수전』) 2등상_ 배미정 (가와카미 하지메, 『빈곤론』) 3등상_ 황정규 (칼 마르크스, 『자본론』) 한승진 (신영복, 『강의ㅡ나의 동양고전독법』) 서평의 대상이 된 책들이 모두 고전이거나 인문학.사회과학 책들이 대부분입니다. 우리 모두가 좋은 직장, 철밥통 직장, 고시.언론고시 준비로 바쁜 사이에 이런 책 읽는 아이들이 사라졌습니다. 그나마 아직도 이런 책을 읽고 비평하고 평론을 쓸 수 있는 아이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 우리의 가느다란 희망의 끈입니다. 지식인의 생명은 비평정신에 있으니 말입니다.
이어서 저가 <내목이 몹시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라는 다소 자극적인 내용의 특강을 했습니다. 사실 이 책은 <세기의 재판>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고 소크라테스, 예수, 토마스 모어 등 인류사에 우뚝 선 성인들이나 인물들의 법정과 재판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다룬 책입니다. 제가 쓴 책들이 거의 초판클럽(초판밖에 안나가 붙은 이름) 멤버인데 이 책만은 그래도 스테디셀러인 셈입니다.
마침 이 특강을 알리는 포스터의 제 사진이 목을 한번 쓰다듬는 장면입니다. 제가 국정원에서 소송을 당한 상태에서 이번 특강을 준비한 <그날이 오면>측과 서울대 인문대.사회대학생회 등에서 익살스럽게 찾아낸 사진입니다.
저는 이날 이러한 세기적 재판의 내용들과 그 시대 법정에 선 인물들에 대해 설명함으로서 강연을 시작하였습니다. 사실 그들은 역사의 법정에서 단죄되고 처형되었지만 그것으로 말미암아 더욱 인류사에 빛나는 위인이 되었습니다. 만약 감옥에서 도망간 소크라테스, 유월절 불온한 예루살렘에 입성하지 않고 도망친 예수를 우리가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그들은 독약과 십자가에 처형됨으로써 위인이 되고 성인이 되었습니다.
고난은 사람을 더 성장시키고 단련시키기 마련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수난은 우리 자신과 우리의 시대를 더욱 단단하고 건강하게 만들어낼 것입니다. 이날 강연은 우리가 어떻게 민주주의와 인권을 더욱 성장시키고 유지발전시킬 수 있는지 다양한 제 생각들을 전도양양한 젊은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늘 젊은이들을 만나는 것은 즐겁고 행복한 일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