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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추억의 바다, 그날이오면 - 김병오(전주대학교 영상예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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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오면과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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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6 22:0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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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넓은 추억의 바다, 그날이 오면 -김병오 (전주대학교 영상예술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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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 |
224 |
이름 : |
그날지기 |
작성일 : |
2007-10-21 23:33:16 |
조회수 : |
1,3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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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추억의 바다, 그날이 오면
나는 89학번이다. 학생운동이 한참 기세등등하던 시절 대학을 들어와서 학생운동이 미약해질 무렵 학교를 떠났다. 오래도록, 그것이 얼마나 절실했든 아니든, 학생운동 속에서 살아갔지만 사실 비판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 시절 학생운동은 짜여진 매뉴얼에 의해 움직이는 것 같은 묘한 거시기가 있어서 내게 그다지 아름다운 추억들을 남기지는 못했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그 약간은 건조하고 사무적이기까지 했던 운동 사이로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추억이 있다면, 과 학생회 사무실 앞이나 강의실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는 묘한 시큰함들이 있다면 그 중 하나가 바로 우리들의 공부방 <그날이오면>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날은 우리들의 열린 아지트였다. 시내에서 한판 싸움판이 벌어지는 날이면 우리는 그날에다가 가방을 차곡차곡 쌓아두고 길을 나섰다. 싸움이 끝나고, 작은 고향, 녹두거리로 돌아와 그날 문을 열면 나보다 먼저 돌아온 친구들의 냄새가 그날에 은은하게 배어 있곤 했다. 그날의 그 냄새는 추억과 낭만에 들떠 조금만 과장해서 이야기한다면 그 어떤 원두커피의 향내음도 싱그런 샴푸 냄새도 그보다 마음을 설레게 한 적이 없다. 그처럼 아름답고도 건강한 향기가 그날에는 매주 한 번 이상 꼭 진동하곤 했다. 나를 콜록이게 하는 그 향기가 그날에서는 그렇게 좋았다. 그날은 우리의 팍팍했던 시절에 그렇게 아름다운 맥락으로 우리를 감싸던 곳이다.
그런 그날이 이제 그 아름다운 깃발을 내려야 할지도 모르는 어려움을 만났단다. 그 깃발이 내려진다고 해서 내 마음의 그 애틋한 추억까지 내려버리지는 못하리라. 하지만 우리 소중한 후배들은 그날이 없는 녹두거리에서 관악에서 무엇을 추억할 수 있을까. 오늘의 나를 비추어 줄 아름다운 추억과 좌표가 없다면 캄캄한 어느 날 대체 무슨 힘으로 심지 곧은 작은 촛불이 되어 작은 빛을 서로에게 전할 수 있을까. 그러니 세상은 아직 그날의 깃발을 내릴 수 없는 거다.
십여 년 전의 나, 친구들이 보고 싶으면 그날 앞을 서성이고 그날의 메모장을 뒤적였다. 타인의 지혜가 보고 싶으면 그날 안을 서성이고 그날의 책들을 뒤적였다. 그렇게 서성이고 뒤적이면서 내 학창시절은 흩뿌려진 애틋한 점들과 부드러운 곡선을 그릴 수 있었으리라. 그날에서 그러한 시간을 갖지 못했다면 아마 매뉴얼처럼 건조하게 직선을 뿌려대는 학창시절을 살았을 것이고 지금도 어떤 방향에서든 매뉴얼 같은 인생을 살았을 것만 같다. 그것이 도전이든 좌절이든. 녹두거리를 떠난 지 10년이 다 된 지금, 나는 여전히 그날이 반갑고 고맙고 그립다.
= 김병오 (전주대학교 영상예술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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