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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온 김에
신림동에 유학와서 공부하고 있는 친구의 생일을 함께 하러
처음으로 신림동이라는 곳에 발을 디뎠습니다
시험이 한달 남짓 남았지만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소주 한잔 하고 싶었나 봅니다
따뜻한 국밥에 소주를 곁들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친구의 발걸음에 저의 발걸음도 싣고
그날이 오면에 들어섰습니다
한 쪽 벽에는 '그날이 오면', '처음처럼'이라는 익숙한 붓글씨가 있었고
포근한 기운을 내뿜는 난로와
사장님 내외분도 함께^^
어느 동아리방 책장에나 모여 있을 법한 인문사회과학 서적들이
책방의 대부분을 가득 메우고 있는 모습
그냥 그 자체만으로 설렘이고 행복이었습니다
종종 찾는 서울이지만 요즘들어 부쩍 공공장소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하기가 부끄러운데
친구와의 사투리 대화 소리가 아늑한 공간에 퍼졌었나 봅니다
사투리에, 아직 해가 저물지도 않았는데도 풍기는 소주 냄새..
하지만 먼저 말 걸어주시고,
따뜻하고 부드럽고 몸에 좋은 녹차를 대접해 주셨던 사장님 내외분 감사합니다
그것보다 더 좋았던 것은
이런 책방이라는 공간과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은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말씀드렸듯, 그런 모습은 사춘기 때 제가 꿈꿨던 모습이었는데
현실로 대하니, 현실보다 이상을 품고
머리 속의 손익계산보다 가슴의 움직임을 먼저 알아차렸던
철부지 시절 때의 모습이 지금도 머리 속을 스칩니다
그런 사색을 할 수 있게 해주심에 또 한번 감사드립니다
언젠가 제가 어느 선생님께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선생님, 과연 우리가 지금 이런다고 해서 세상이 바뀔까요? 우리의 힘으로 가능한 일일까요? 누가 알아주나요?.....
그 때 그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리의 힘은 사회의 절대 권력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하다. 우리 몇몇이 무엇인가를 도모한다고 해서 바뀌기엔 이미 우리 사회가 너무 견고하다.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다, 오히려 바보 소리를 듣겠지. 하지만 니가 알고 내가 안다. 그리고 우리와 같은 미약한 힘을 가지고 지금 우리처럼 푸념을 늘어놓으면서도 세상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는 사람들이 우리 지역, 우리 나라, 전 세계에 곳곳에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 공간에서는 우리 몇몇이지만, 전 세계에 자신의 자리에서 역량에 따라 희망의 씨앗을 가꾸는 사람들이 우리처럼 있을 것임을 상상해봐라. 온 우주에 그 기운이 전해질 것이고, 너와 나의 힘이 아닌, 우리 모두의 힘으로 세상은 차츰 변해갈 것이다
책방을 방문하고 보니, 문득 그 때의 그 대화가 회상됩니다.
작은 나라의 땅덩이에서 공간적인 제약이 다소 있긴 하지만,
오래 나눌 수 있는 인연의 첫매듭이 어제였음을 믿습니다
연일 강추위 속에, 따뜻한 온기 온 몸과 영혼에 가득 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홍기빈 씨나 변호사님 등, 분들의 인연글이 있어 다소 글을 쓰며 부담스럽기도 하고 쫌 그렇지만,
저와의 인연도 귀히 간직해 주실줄 믿기에 못 쓰는 글 올립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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