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9년, 도스토옙스키는 반정부 성향의 모임에 가담했다는 죄목으로 교수형을 선고받았다가 구사일생으로 감형되어 이듬해 시베리아에서 유형 생활을 시작한다. 그는 그곳에서 각양각색의 군상과 인간의 선과 악을 생생하게 마주하고, 인간과 세계에 대해 깊이 사유하고 갱생의 길을 찾아 나서는 계기를 맞는다. 이 결정적 체험은 1860년부터 잡지에 게재된 자전적 소설 『죽음의 집의 기록』에 고스란히 녹아들었으며, 그 속에는 이후에 펴낼 대작들의 모든 것이 이미 담겨 있었다.
냉랭한 오지의 감옥인 <죽음의 집>에서 본 것, 그러니까 소설의 화자인 고랸치코프가 본 것, 혹은 도스토옙스키가 본 것, 그리고 여기 한국의 연구자 네 명이 본 것을 차곡차곡 담아낸 이 책은 우리의 세계를 닮은 <죽음의 집>을 통해 인간의 선과 악, 갱생의 문제를 면밀히 검토한다. 도스토옙스키 연구의 권위자인 석영중 교수와, 그의 후학인 젊은 연구자들이 열정적으로 이뤄 낸 이 뜻깊은 결실은 국내에 전무하다시피 한 『죽음의 집의 기록』 연구의 귀한 성과를 전해 줌과 동시에 우리가 소홀히 한 진귀한 작품을 다시 살필 것을 권한다.
목차
머리말 - 석영중
『죽음의 집의 기록』 - 손재은 I. 육체의 굴레 - 손재은 옷과 글쓰기 / 벗을 수 없는 죄수복 / 의상의 영성 / 지옥에서 인간을 만나다 II. 악의 시간과 공간 - 이선영 악의 크로노토프 / 단테의 유산 / 목욕탕 / 소시오패스 / 침묵과 고독 / 거리 두고 바라보기 III. 죽음의 집, 지루한 집 - 김하은 슬픔의 집 / 지루함의 악 / 한낮의 악마 / 워커홀릭 / 일과 여가 / 초월적 권태 / 시간 없음 IV. 노예와 초인 - 석영중 니체의 오독 / 영원한 노예들 / 권력에의 의지 / 그리스도 안에서의 자유 V. 영원을 보다 - 석영중 이콘의 눈 / 시선의 해방 / 시각적이고 동시적인 서사 / 수난의 표징 / 신의 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