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현은 작품의 생명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작가들의 평론가’이자 드물게 독자가 있는 평론가였다. 짧은 글이든 긴 글이든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그의 글은 뜨거운 열정, 논리적인 전개, 박력 있고 문학적인 표현 등 삼박자가 고루 갖춰진 균형 속에서 김미현이라는 새로운 스타일을 낳았다. 2023년 9월, 아직 이른 나이인 5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김미현 평론가를 향한 그리움이 여전히 짙은 이유다.
故김미현의 1주기를 추모하는 비평 선집 『더 나은 실패』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199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담론에서 시작되어 2020년대 포스트휴머니즘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그의 비평적 여정은 여성의 언어와 몸과 정체성에 뒤엉킨 환상들을 찢어내며 새로운 길을 터왔다. 그러면서도 그 비평적 여정은 유난히 경쾌하다.
이 특유의 경쾌함은 삶과 문학 모두에서 긍정과 부정을 단순히 나누지 않고 ‘부정 자체의 긍정’을 응시하는 힘에서 비롯된다. 강지희 평론가가 선별한 10편의 글은 김미현식의 ‘살게 하는 힘’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표 글이다. 더불어 그의 마지막 에세이 2편 및 인터뷰 등의 글을 함께 수록한 이 책은 김미현 문학의 생명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을 것이다.
목차
서문 강지희 5 이브, 잔치는 끝났다 -젠더 혹은 음모 19 다시 쓰는 소설, 덧칠하는 언어 -패러디 소설에 나타난 여성 의식 56 섹스와의 섹스, 슬픈 누드 -1990년대 소설 속의 성 83 불한당들의 문학사 -1990년대의 악마주의 소설 114 이브의 몸, 부재의 변증법 145 수상한 소설들 -한국 소설의 이기적 유전자 174 페미니즘이 포스트페미니즘에게 207 주체의 궁핍과 ‘손’의 윤리 235 정의에서 돌봄으로, 돌봄에서 자기 돌봄으로 271 포스트휴먼으로서의 여성과 테크노페미니즘 -윤이형과 김초엽 소설을 중심으로 306 에필로그 341 더 빛나는 그림자 343 나‘들’의 문학‘들’ 346 암리타가 있는 키친의 풍경 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