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이후의 현대 사회에서 많은 영역은 수익과 이윤의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 예술이나 문화에는 삶을 물질화하려는 경향을 거스르는 성질이 있지만, 현대에 들어와서는 시장의 간섭과 상품물신주의의 영향을 받으면서, 그 성질이 상당 부분 훼손되고 말았다. 모든 것이 상품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제 가장 먼저 고려되는 요소는 ‘효용’과 ‘쓸모’다. 이익에 반하는 요소들은 이질적인 것으로 간주되어 가차 없이 추방당한다. 물질화-자본화-상업화된 삶의 세계에 내재한 모순들은 이질적인 것들이 추방되면서 매끄럽게 중화된다. 이 물질화에 대한 예술과 문화의 비판적 잠재력마저 고갈된 처참한 현실에서 예술과 철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예술과 철학을 중심으로 선회하는 아도르노의 문제의식은 바로 이 처참한 현실에 대한 인식에서 발원한다.
이 책은 20세기 독일 철학자 테오도어 아도르노의 철학적 사유와 미학적 통찰을 심도 있게 탐구하며, 오늘날의 물질적 비참과 문화 산업의 획일화된 구조 속에서 예술에 내재한 유토피아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아도르노의 압축적이고 복잡한 철학적·미학적 개념들을 간명하게 풀어쓰기 위해, 오랜 기간에 걸친 저자의 연구와 성찰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저자는 아도르노의 부정성, 비동일성, 타자성 등의 주요한 개념을 중심으로, 예술이 어떻게 현대 사회의 모순과 대립을 극복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는지를 논증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철학과 예술에 관한 아도르노의 섬밀한 사유를 따라가면서, 예술과 철학이 모순된 현실에 응전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마주할 것이다.
목차
서문
1장 예술과 이성
I. 시작하면서 1. 편재하는 피상성 속에서 2. 논의 절차
II. 현대사회의 모호성과 불안정 1. ‘사물화된’ 삶 2. 자본주의적 환산화 체계 보론 1 혁명의 전체주의화 ― 동일성 원리의 폐해 3. 전후의 독일 현실 4. 책임 있는 주체의 복원
III. 심미적 이성의 비판적 잠재력 1. 탈예술화 시대에 2. 부정성
IV. 예술의 합리성 1. 아포리아와의 대응방식 2. “보다 나은 실천” 3. 심미적 이성 = “제2의 반성”
V. 예술의 유토피아 1. “존재하지 않는 것의 상기” 2. 자기성찰 ― “문화의 실패”로부터 3. “어둠에의 참여” 4. “훼손되지 않은 삶”
VI. 심미적 주체의 가능성 1. 새로운 주체와 사회 2. 생기의 복원 3. 윤리적 실천의 행복한 길
2장 예술-주체-교양-자율
I. 주체의 형성 1. 개인(성)의 왜곡 2. 낯선 것들의 경험 ― 치유방식 3. 주체의 재구성 ― 여섯 요소
II. 교양과 부정적 사유 1. 교양과 주체 강화 2. 새로운 인문주의의 방향 보론 2 인간학적 자기형성 ― 훔볼트의 교양개념
III. 예술의 윤리 1. 비상브레이크 ― 휴머니즘 비판 2. 심미적인 것의 가능성
IV. 자율적 삶으로 ― 결론 1. 동일화 사고를 넘어 2. 고요와 화해와 평화 ― 절제와 유보 속에서 3. 새로운 주체와 사회 4. ‘책임 있는 교양’이 가능한가? 5. 배반과 좌절을 넘어
3장 예술의 타자성
I. 시작하면서
II. 타자적 개방성 1. 개별적인 것의 옹호 2. ‘동일화 강제’에 거슬러 3. ‘가상’개념 비판
III. 불협화음의 진실 ― ‘거짓 조화’를 넘어 1. “반反조화적 제스처” 2. “긴장의 조정” 3. 불확실성과의 대결방식
4장 문화산업과 문화비판 ― 오늘의 상품소비사회에서
I. 논의 절차
II. 사물화된 현실에서 1. 12년의 망명 생활 2. ‘아우슈비츠’라는 파국 3. ‘총체적’ 관리사회
III. ‘문화산업’ = 상업화된 시장문화 1. 표준화 = 수익화 = 획일화 2. 캐스팅 쇼 3. 상투성의 세계 ― “언제나 동일한 것의 자유” 4. 문화산업의 자기기만
IV. 예술의 자율성 1. 문화산업 대 자율예술 2. 예술의 탈예술화 3. 자율적 예술의 부정적 계기
V. 문화비판의 변증법 1. 부정주의 2. 자기역류적 사고 3. “내재적 비판적 문화” 4. 사물화를 견뎌 내기
VI. 거칠지 않은 것들 ― 문화의 약속 1. 사물화된 삶의 항구적 되풀이 2. 칸트적 푸코적 계기 3. 문화이해의 비판적 존재론
5장 타율성에 대한 저항
I. 아우슈비츠 이후의 교육은 어떻게 가능한가? 1. 역사의 외면, 책임의 회피 2. 집단과의 맹목적 동일시 3. 비판적 자기성찰 ― 민주적 교육의 방향
II. 교양의 문제 1. 어설픈 교양의 보편화 2. 정신의 수단화 ― 문화물신주의 비판 3. 교양의 변증법 4. 자율적 사회의 자기성찰적 개인
III. 사물화된 의식비판 ― 철학의 문제 1. 전문화로 인한 위기 2. 두 학파의 사례 ― 논리실증주의와 하이데거 철학 3. 비판 ― 타율성에 대한 저항
IV. 자율적 개인의 자기성찰적 능력 ― 결론
6장 알렉시예비치에게 대답하다 ― 결론을 대신하여
I. 소비에트 시절의 삶 1. 호모 소비에티쿠스 2. 스탈린 숭배자들 3. “평범한 망나니들”의 밀고 4. 기묘한 공생관계 ― 희생자이자 망나니인
II. 예술의 방식 1. ‘언제나 전쟁 중인’ ― 평화로운 삶을 살아갈 능력이 없는 2. 심미적 태도 ― 비폭력적 매개의 화해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