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구총서 97권. 우리의 과거와 관련되고, 우리가 미래에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 알게 해주는 책이다. 북쪽에서 남쪽, 남쪽에서 다시 해외로 이주한 월남민에 관한 이야기다. 사회변동과정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헤어진 가족들의 후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정치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이들의 삶에 이산가족이라는 명명은 어쩌면 멍에를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족을 되찾는 방법은 이미 지나온 길은 아니지만, 일이 시작된 그곳으로 다시 거슬러 올라가는 수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어떤 사람들은 남한의 군사독재와 북한의 전체주의 사회를 지옥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들은 자신들의 일부이자 정체성을 이루는 그 환경에 갇혀 있지 않았다. 그들은 과거에 해결하지 못한 것을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단정 짓지 않았다. 북미주 월남민의 대북 이산가족 교류는 평화통일운동을 예고한 셈이다.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그들은 뿔뿔이 흩어진 이산가족들의 만남을 진행하며 평양의 해외동포 정책을 변화시켰다. 수많은 사람이 ‘조국방문’의 형식으로 평양을 다녀왔고, 그들이 남긴 각양각색의 형상은 또 다른 인민의 자화상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