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세기말에 서구지성계에 등장한 강력한 지적 조류로 알려진 ‘포스트모더니즘’의 경우 이념적으로 그것이 상징하는 것이 ‘이성의 패배’였다면 다른 한편 ‘현실에서’ 그것이 상징하는 것은 ‘기술의 승리’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21세기에 20세기를 회고해보면, 20세기는 하이데거 말대로 ‘존재망각’만큼이나 ‘기술망각’에 빠져 있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20세기가 ‘언어’ 또는 ‘기호’의 세기였다는 주장이 얼마나 많은 장단점을 갖는지를 이 측면에서 고스란히 볼 수 있다. 또 공산주의/자본주의의 대결 또한 이념적 측면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기술의 인간 지배라는 측면에서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20세기 사유를 주조한 하이데거를 비롯한 여러 철학자의 사유 또한 ‘기술’이라는 이 측면에서 재조명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