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탈북자의 처절한 탈출 스토리도, 고된 남한 정착 스토리도 아니다. 누군가의 특별한 성장 서사이자, 어떤 이들에게는 롤모델이 될 만한 한 청년의 이야기다.
저자 정서윤은 10살에 삼촌 등에 업혀 두만강을 건넜다. 당시 북한에 몰아친 고난의 행군으로 굶주림이 덮치자 가족이 모여 내린 결단이었다. 가족은 함께 중국에서 4년간 불법체류자로 숨어 살아야 했다. 영민했던 10살 소녀는 중국어를 빠르게 익혔고 또래 집단에 잘 스며들었다. 덕분에 신분을 감춰야만 했던 가족에게 소녀는 세상과 자신들을 희미하게 연결하는 끈이었고, 때로는 어린 보호자였다.
14살이 되었을 때 드디어 남한 땅을 밟았다. 북에서 남으로 4년 2개월이 걸린 셈이다. 2002년 월드컵으로 한국의 청년들이 광장에서 뜨겁게 축제를 즐길 때, 그녀는 국정원 시설에서 약 한 달간 조사를 받았다. 낯선 땅에 불시착한 듯 눈앞의 나라는 상상과 전혀 달랐다.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이고 버티며, 혼돈의 십대 시절을 보냈다. 그때 비로소 자신들에 대한 수많은 편견과 혐오가 있다는 것도 알았다. 같은 학년보다 2살이나 많았지만 한글조차 몰랐다. 학업에 대한 갈증, 떳떳한 사회의 일원이 되고 싶단 열망은 학구열로 이어졌다. 검정고시를 통과해 이화여대 국어교육을 전공하고 이어 북한학으로 석사 학위를 이수, 30대 중반인 현재는 박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목차
프롤로그 이방인에서 경계인으로
1장 열네 살의 이방인 아주 특별한 여행/ 열 살짜리 불법체류자/ 이모를 살린 순발력/ 중국에서의 4년/ 한글을 모르는 열네 살/ 어떤 불시착/ 힘들면 잠깐 도망치는 거지/ 나의 롤모델/ 딱친구에서 남북한걸음으로/ 내가 북한에서 온 거 모르거든/ 환상과 희망의 한국
2장 뿔 달린 사람, 배꼽 없는 아이 북한 사람들 정말 뿔 있어?/ 우리는 영원히 친구가 될 수 없어/ 간첩의 얼굴/ 남한에만 있는 막장 드라마/ 0.1%의 낯선 존재들/ 두부의 맛/ 무인도에 가면 꼭 내 곁에 있어/ 다시 태어나면 샤넬의 고양이로 태어날래/ 이제 한국 사람 다 됐다는 말/ 탈북자는 걸림돌이 된다는 말/ 흑백의 북한, 강요의 한국/ 탈북자가 방송에 나오면/ 북한 사람도 명품 가방을 든다
3장 경계에 서서 우리도 향수병을 앓습니다/ 이 결혼 절대 허락할 수 없어/ 자비심이라는 착각/ 먼저 온 통일/ 언어는 차이가 아니라 문제/ 북한이주민이라는 정체성/ 두리안 같은 자유/ 종북, 빨갱이, 이상한 책/ 통일이 이익이 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