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꽃 노동자 김진숙 서울대 강연회

지난 목요일 서울대에서 소금꽃 노동자 김진숙님의 강연회가 있었습니다.

한데 하필 똑같은 날 30분 간격으로 서울대 문화관 대강당에서는 요즘 한창 잘 나가시는 법륜스님의 강연회가

중강당에서는 김진숙님의 강연회가 잡혀 있었답니다.

참 많은 사람이 함께 버스에서 내렸는데 중강당으호 향하는 사람은 오직 나 하나.....나머지는 모두 대강당으로 가더군요.

일찍 간 보람이 있어서 김진숙님의 저서<소금꽃 나무>에 싸인도 받고.......

제 책에 싸인을 해주시고 있는 모습인데 도저히 용기를 내지 못해 함께 사진 찍자는 말 한마디 못한 게 못내 아쉽네요....ㅠㅠ

<서울대 학회 그날이 오면> 회장과

김진숙 강연회를 주최하신 인문사회과학서점 <그날이 오면> 김동운 대표님의 인사 말씀이 있었고요.

드디어 너무나도 보고 싶었던 김진숙님이 단상에 오르셨어요.

김진숙님은 이 날 크레인에 올라가기까지 그리고 크레인에서 겪었던 수많은 이야기들을 들려 주셨는데

3분 간격으로 웃고 5분 간격으로 눈물을 흘리며 1시간 30분 동안 그녀에게 완전히 사로잡혀 있었답니다.

2011년 1월6일 새벽, 영하 13도 살을 에는 듯한 추위.

그날 김진숙은 한진중공업 김주익 지회장이 목을 맸던 85호 크레인에 홀로 올랐다.

그녀가 지상 35m 고공 크레인에 오른 이유는 단 하나, 부당한 정리해고를 철회하라는 거, 그래서 함께 살자는 거였다.

크레인에 오르기 전 살아서 내려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신변을 정리하는데 정리할 거라고는 딱 2가지 밖에 없었다.

새로 산 무려 고어텍스 등산화와 캄보디아의 콩단(그녀가 후원하는)이와 찍으려고 산 카메라.....

등산화와 카메라는 지인에게 주고 죽을 각오를 하고 가는 길이었기에 배낭엔 양말 대신 신나를 내복 대신 밧줄을 챙겨 넣고

그녀는 그렇게 세상과의 작은 미련조차 떨쳐버리고 그 단절된 공간으로 향했다.

그녀를 가위 눌리게 한 숫자, 129와 60

“2003년 김주익 동지가 85호 크레인에 오른지 129일 만에 목을 맸다. 시신만 확인했지 어느 난간에 목을 맸는지 알지 못했다.

그런데 알겠더라. 전기가 끊겨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랜턴을 물고 난간을 오르다 어느 난간을 잡았는데 소름이 쫙 끼쳤다.

아, 여기구나 직감했다.

크레인에서 나를 강박했던 두가지 숫자가 있었다. 129와 60이다.

김주익이 크레인에서 버티고 버틴 129일, 그리고 그가 마지막으로 보고 간 조합원 숫자가 60이었다.

2500명이었던 조합원이 60명으로 줄었다. 2500명 조합원이 끝까지 함께 했다면 곽재규·김주익은 죽지 않고 살아 있엇을 거다."

두 동지를 묻고 와서 집에서 보일러를 켜는데 자신의 손이 괴물처럼 보였다는 그녀는 차디찬 시신이 되어버린 두 동지 생각애

8년 동안 겨울에도 보일러를 틀지 못하고 찬물로 머리를 감았다고 합니다.

크레인에서 그녀를 버티게 해준 세상과의 소통, 트위터

“어느 날 밑에서 스마트폰을 올려보냈다. 켜는 데만 이틀 걸렸다. 트위터란 걸 어떻게 하는지도 몰라 사용설명서만 열심히 뒤졌다.

우여곡절 끝에 계정을 만들었는데 올라온 수백개의 응원 글들을 보니 힘이 났다. 크레인에서 세상의 유일한 소식통은 트위터였다 ”

김여진과 날라리들의 희망버스

"노동조합 간부들이 복수노조로 타협을 하고 조합원의 2/3가 빠져 나갔을 때 김여진과 날라리가 왔다.

크레인에 사람들이 오면 대부분 울면서 갔다. 그들이 돌아가고 나면 크레인에 남이 있던 나는 도대체 감정수습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김여진과 날라리들은 달랐다. 소주를 나눠 마시고 노래를 불렀다.

희망버스 타고 한판 싸워보자가 아니고 희망버스 타고 한판 놀아보자였다.

희망버스는 내가 혼자가 아니고 함께 싸우고 있다는 희망을 줬다. 민주노총 버스는 자본과 공권력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지만

소위 '선수'들이 아닌 일반적인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희망버스는 그들에게 두려움 그 이상이었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트위터를 통해서 알게 된 김여진씨가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라는 글을 써주고 갔는데 크레인에서 저 글을 보고 있자니 화가 났다.

도저히 웃을 수 없는 공간에서, 도저히 웃을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있는데 웃자고?.....

하지만 그 글을 보고 또 보고 있으려니 깨달음이 왔다.

웃으면서 싸워야 함께 싸울 수 있고, 함께 싸워야 끝까지 갈 수 있다."

공권력의 투입과 단전

"6월 27일 행정 대집행으로 엄청난 공권력이 투입되었다. 조합원들은 사지가 들려 쫓겨났고 용역 400명이 둘러쌌다.

그리고 전기가 끊겼다.

그들이 전기를 끊은 이유는 단 하나, 트위터를 못 하게 하려는 거였다. 나는 크레인에서 답답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밖에서 답답했다.

건전지를 올려주기 위한 창의적인 생각들.....결국 식빵 안을 파서 태양열 충전지를 넣은 다음 본드로 접착을 해서 올려 보냈다.

그런데 크레인 중간 지점에 있던 사수대 동지가 그걸 먹고 토하고....."

309일 동안 크레인에서 살면서 겪은 에피소드

"어렸을때부터 핀란드에서 살아온 대학교수 트친에게 라면과 김치를 보내주었더니 그 트친은 2주간의 여름휴가 내서 내게 왔다

2주 동안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매일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크레인 밑에 서 있다가 핀란드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가을 출장길에 시간을 내서 크레인에 들러 연습해온 "함께가자 우리 이 길을"을 불러주었다.

희망버스에서 눈이 맞은 청춘남녀가 그 수많은 용역을 뚫고 크레인 밑에 와서 언약식을 했다."

309일 동안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흔들리는 지상 35m 고공 크레인에서 스스로 감옥을 만들었던 그녀,

정리해고 된 한진중공업 노동자가 복직될 때까지 내려오지 않겠다던 그녀가 지난 가을, 겨울 보다 먼저 내려왔습니다.

죽을려고 죽는 게 아니라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사는 게 앞이 보이지 않아 몇번이고 망설이고 고민을 햇었답니다.
그러나 말 한마디 못 나눠도 줄기차게 찾아온 이들의 얼굴이 궁금해서,

눈을 보고 '당신들은 왜 오셨습니까? 어떤 마음으로 오셨습니까? 꼭 묻고 싶어서 살고싶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고 했습니다.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그 고립감과 공포감을 견뎌낼 수 있었던 건 그녀를 향한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이었습니다.

2011년은 희망버스를 탄 사람과 타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사려깊은 여인은 당신도 희망버스를 타지 못햇다고 농담을 던집니다.

한번도 희망버스를 타지 못했던 아니 타지 않았던 평범한 소시민의 그 부채감을 그녀는 알고 있엇던 게지요.

그 누구보다도 험난한 삶의 여정을 겪어낸 사람답지 않게 그녀는 밝고 맑았습니다.

강연 내내 개그맨 못지 않은 유머 감각과 달변으로 청준을 사로잡은 그녀가 거대한 산처럼 느껴졌습니다.

짓밟히고, 부셔지면서도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살아온 그녀...

그녀가 이처럼 강할 수 있었던 건 나 혼자 잘 살아보자가 아니라 "다 함께 잘 살아보자"는 마음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강연을 듣고 오는 내내 기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밀려오는 부끄러움 때문에 참으로 힘이 들었습니다.

모두가 그녀처럼 투쟁의 길을 걸을 수는 없겠지만 설움과 핍박 속에 있는 이들과의 연대와 소통의 끈은 놓지 말고 살아야겟습니다.

김진숙님 부디 건강하십시요~~~!!!

고맙습니다

살아서 내려와 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