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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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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오면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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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7 22:17: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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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번째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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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 |
6 |
이름 : |
2기책읽기모임 |
작성일 : |
2009-04-19 21:22:26 |
조회수 : |
2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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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J. 기어리, 『민족의 신화, 그 위험한 유산』, 이종경 옮김, (2004, 지식의 풍경)
기어리는 시작하면서 유럽의 "민족 문제"와 관련해서 두 가지를 제기한다. 하나는 전통적인 지역적 분리주의 운동에 대한 것들이고, 나머지 하나는 독일 프랑스 등지에서 나타난 새로운 '소수민족' 문제이다. 결국 이 문제들은 "누가 국가를 구성하는가? 형성할 자격이 있는가? 번영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지니는가?"와 연결된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으로 이른 바 민족의 정체성이 강조되고 있다. 무슬림에 대한 차별, 장 마리 르뻰과 같은 극우 정치 세력의 대두, 동유럽에서의 인종 문제와 관련된 학살, 반유대주의, 소수 민족의 분리 독립과 관련한 분쟁과 같은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민족의 정체성을 강조하면서 "진정한 XX인(人)에게만 권리를 주자, 혹은 진정한 XX인끼리의 국가를 새로 건설하자, 진정한 XX인이 아닌 이들을 추방하자"와 같은 정치적 주장을 하는 이들은 많은 경우 그 근거를 먼 과거의 역사로부터 가져오고 있다. 먼 과거에 탄생한 '종족'을 현재의 민족에 등치시킨다. 이들은 유럽의 민족들이 별개의 안정되고, 객관적 근거에 의해 구별되는 단위이며, 그것이 어느 시기에 형성되어 계속 유지되어 온 것으로 본다. 또한 일단 그 민족이 형성되면, 그것이 형성되는 순간 그 민족은 정치적 권리를 가지게 되고, 시간이 지나도 계속 그 권리가 지속된다고 본다. 결국 이러한 이유에 따라 이들에게는 "최초 획득"의 시기가 중요해진다. 5세기 프랑크족이 현재의 프랑스가 있는 땅에 자리를 잡았으므로, 그 프랑크족의 후손들이 현재 프랑스 영토를 점유할 권리가 있다는 식이다.
이러한 특정한 입장을 지닌 정치적 주장의 위험성은 다양한 방식으로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그들이 주장하는 그 최초 획득의 순간에 대해 살펴보는 것을 통해, 그 주장의 허구성을 말한다. 30p.의 '이것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기대할 정도로 순진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사람들이 이 같은 역사의 도용에 좀 더 회의적이기를 바랄 뿐'이라는 표현은 인상적이다.
1장에서는 19세기의 종족과 민족주의에 대해 다루고 있다. 18세기와 19세기 초에 민족주의가 출현했다는 것은 널리 이야기 되었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상상된 공동체'로 부르는 것에 대해 저자는 상상된 것이 '공상적'이거나 '사소한'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과거에도 이런 상상된 민족들은 존재했으며 또한 어찌되었던 어떤 근거들을 가지고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공상적이지 않으며, 또한 이렇게 만들어진 민족주의와 민족 국가에 의해 실질적이고 강력한 역사적 현상들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프랑스 혁명은 이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프랑스 혁명 이전 민족이라는 개념은 유럽의 많은 곳에서 지배하는 계급의 것이었다. 귀족들이 자신들의 뿌리를 과거의 '전사들'에게서 찾는 식이었다. 그러나 대혁명 이후 '하나의 민족'이라는 정치적 요구가 생겨났으며, 문헌학 언어의 통일 등을 통하여 하나의 집단적 정체성을 형성해 나갔다. 언어학, 고고학, 역사적으로 민족의 지도를 그리려고 했던 노력들이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수행되었고 이것은 역으로 오늘날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문화적 민족성은 실체가 있었다는 주장이 좀 더 받아들여지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만들어 낸 것 역시도 많은 부분 고대의 전통에 기대 있었다.
2장에서부터는 민족에 대해 인식하는 고대의 전통을 살핀다. 고대로부터 민족, 종족, 인종과 같은 용어들은 이미 사용되고 있었다. 유럽의 고대로부터의 전통에 따르면 두가지 형태의 민족(peoples)이 있다. 하나는 법률적인 것으로 법과 충성에 근거를 두며, 역사적 과정에 의해 창조된다. 로마의 시대로 가면 이는 포풀루스populus(시민)라는 형태로 나타나며 이는 로마 시민권을 지니는 사람들, 따라서 권리와 의무로 엮여진 관계이다. 또 다른 민족의 형태는 생물학적인 것으로 혈통과 관습, 그리고 야만으로 나타난다. 그리스와 로마인에게 이들은 우리/그들, 문명/야만 으로 대응된 형태로 나타나게 되며, 포퓰루스와 대응하여 겐스로 나타난다. 헤로도토스와 그 후예들에 의해 이 겐스들은 서술되게 되는데, 많은 부분 그 서술자들의 인상에 의해 정작 본인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들의 성격이 규정되었다. 그 규정은 후대에도 계속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들은 이후 바바리안으로 불리게 되었고, 이들을 구체적으로 지칭하는 것은 겐스, 나티오(민족), 트리부스(부족)등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이러한 틀에서 보면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시간이 지나면서 로마인들과 접촉하면서 이들도 그러한 규정을 받아들이게 된다.
3장에서 5장까지는 이후 이러한 관계가 어떻게 나타나는 지에 대한 서술이다. 2장에서의 구분은 이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로마인이라는 범주는 법률적, 사회적인 것이다. 한편 각 바바리안 민족들은 로마인들의 시각에 의해 서술 혹은 형성되었다. 프랑크족의 도끼 이야기는 흥미로운데, 고대를 다룬 컴퓨터 게임 같은데서도 항상 프랑크족은 도끼 투척병 같은 캐릭터가 있다. 한편 훈족은 기병대가 그 특징이다. 그러나 과연 당시 프랑크족도 또한 자신들의 정체성을 도끼투척병으로 가졌을까? 프랑크족 사회의 높은 전사들도 역시나 마상전사 였으며, 많은 게르만족 병사들은 로마 용병이 되면서 로마의 요구에 의해 역시 마상전사였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것이 이 글 전체의 많은 부분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아무튼 이후 이른바 바바리안들과 로마인들 사이의 상호관계가 변화하면서 바바리안들이 그 정체성을 버리고 로마인이 되기도 하고, 로마인이자 바바리안들이 되기도 하는 등 그 관계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속 변화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민족에 대한 정체성이 시간의 흐름 그리고 사회의 상황에 따라 계속 변화하는 것이라는 역사에 대한 '동적인 관점'을 배울 수 있게 된다. 또한 초기에 이른바 겐스의 성격을 지녔던 바바리안 왕국의 구성원들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포풀루스의 성격을 지니게 됨을 알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제시되는 것이 서고트 왕국의 예일 것이다.
6장 이후로는 저자의 주장을 정리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나타나는 줄루족과 슬라브족의 이야기는 '본질적으로 과거에 대해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는 역사'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성격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결론적으로 이 사람은 외국으로서의 과거, 그리고 정적인 과정이 아닌 지속적 과정으로서의 역사라는 것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여러 가지 사례들을 평범한 독자들에게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로부터 무엇을 읽어내고 끌어낼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이겠지만, 우리 주변의 수많은 "유해한 풍경"들을 일단 '회의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만으로도 일단 저자는 흐뭇해하지 않을까 싶다.
217~218p. 내용들을 다시 한 번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대단히 다른 과거와 가치, 그리고 전통을 가진 사회적, 정치적 집단들은 승리자가 그들을 위해 하나의 공통된 과거를 만들어 낼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였다. 동일한 조상의 후예라는 신화와 공유된 역사,ㅡ 그리고 지역에 고유한 구전 전통보다는 고전 고대의 민족 개념을 토대로 형성된 신화가 고대 말 사회의 특징이었던 철저한 불연속성과 이질성을 감추어 주었다.
현대의 민족주의자들이 역사에 호소할 때, 그들의 역사관은 정적이다. 그들은 최초 획득의 순간, 즉 "그들의.........고대말과 중세초 유럽 민족들의 역사는 최초순간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속적 과정의 이야기이다.
"클로비스의 세례로 인해 탄생된"프랑크 인은 샤를마뉴 시대의 프랑크 인과 다르며 장 르펜이 정치 운동에 동원하기를 희망하는 프랑스 인들의 프랑크 인과도 다르다. 아바르 제국의 여명기에 생겨난 세르비아 인은 1389년의 코소보 전투에서 패배한 세르비아 인과 다르며, 또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에게 민족의 확대를 요청받은 세르비아 인과도 다르다. 밀로셰비치의 세르비아 인들에 의해 희생된 알바니아 인은 6세기 발칸 반도의 일리리아 인과 다르다. 이러한 과정이 끝난 것도 아니다. 유럽의 민족은 현재진행형의 작업이며 영원히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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