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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경기고 앞 상지서적 -경향신문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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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7 20:39: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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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적]경기고 앞 상지서적 -경향신문 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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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 |
12 |
이름 : |
그날지기 |
작성일 : |
2008-12-03 08:44:20 |
조회수 : |
3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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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경기고 앞 상지서적
입력: 2008년 12월 02일 17:53:34
서울 삼성동 경기고등학교 앞에는 상지서적이 있다. 28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켰다. 주인 고희성씨는 1980년 광주민주항쟁이 일어날 무렵 20대의 나이에 서점을 차렸다. 독서광인 고씨는 책이 있어 날마다 행복했다. 서점은 주변의 명소가 되어갔다. 경기고가 남쪽으로 이사한 이후 모든 졸업생들의 추억 속에는 상지서적이 들어있다. 상지서적의 책을 읽고 나라의 일꾼들이 되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에게 동네 서점은 자부심이었다. 고씨는 죽을 때까지 책과 함께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러나 서점 문을 닫기로 했다. 이유는 지독한 불황 때문이다. 도서정가제의 붕괴는 동네 서점에 재앙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자 해마다 매출이 줄었다. 지금 매출은 한참 책이 잘 팔리던 1990년대 초반의 20% 수준이다. 강남지역에는 80여개의 서점이 있었는데 지금 25개만 남아있다. 삼성·청담동 일대는 8곳의 서점 중 단 하나 상지서적만 남아있다. 점원들을 내보내고 아내, 딸과 함께 서점을 지켰지만 그마저 여의치가 않다. 책이 양식(良識)은 될지언정 더이상 양식(糧食)이 되지 못했다.
단골도 많았고, 보람도 많았다. 이런 일이 있었다. 한 아이가 서점으로 들어오더니 다짜고짜 봉투를 내밀었다. 밖에 웬 아주머니가 봉투를 전해달라고 했단다. 봉투에는 편지와 돈이 들어 있었다. 편지는 이러했다. “제 아들이 상지서적에서 책 두 권을 훔쳤습니다. 집에 새책이 꽂혀있기에 아들을 다그치자 훔친 책이라고 했습니다. 아이와 함께 잘못을 빌 용기는 없습니다. 얼굴을 보여드릴 수 없어서 이렇게 돈을 전해드립니다. 저희 모자를 용서해 주십시오.” 10년도 더 됐지만 어제 일 같다.
28년 책장수 고씨가 꼽는 불황의 근원은 인터넷 서점들이다. 그들은 한마디로 ‘싸*지’가 없단다. 완전정가제가 무너진 이후 온갖 편법으로 책값을 후려치고 상도덕을 더럽히고 있단다. 출판사와의 밀거래는 추악하니, 고씨는 저들의 ‘책 장난’에 분노하다 요즘은 체념해 버렸다. 그러나 책의 장래를 위해서는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아직 폐업을 알리는 펼침막을 내걸지 않았다. 그간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하는데 적당한 문구가 떠오르지 않는다. 아니 자꾸 목이 멘다. 28년 동안 그 자리에 우뚝 서있던 작지만 큰 서점, 상지서적은 12월31일 문을 닫는다.
<김택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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