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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논쟁을 아시는지? 모르는 분을 위해 짧게 설명하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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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오면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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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7 20:28: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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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혀' 논쟁을 아시는지? 모르는 분을 위해 짧게 설명하면 이렇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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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 |
37 |
이름 : |
그날지기 |
작성일 : |
2008-10-21 18:12:24 |
조회수 : |
6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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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논쟁을 아시는지? 모르는 분을 위해 짧게 설명하면 이렇다.
- 2007년 11월 중견 여류작가 조경란이 '혀'라는 제목의 장편소설을 냈다. 그런데 2008년 9월 주이란이라는 신인작가가 동명의 소설집 '혀'를 출간하며, 프레시안에 "저는 영혼을 도둑맞았습니다"라는 기고를 한다.
- 기고에서 주이란은, 자신이 200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혀'를 응모했으며, 당시 심사위원이 조경란이었고, 조경란이 자신의 아이디어와 핵심줄거리를 '표절'하여 자기 소설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 주이란은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조경란과 출판사 문학동네에 여러 자료를 제출하며 항의했으나, 조경란은 주이란이 (주목받기 위한)'나쁜 의도'가 있다고 반박하며, 자신의 '혀'는 이미 10년 전에 구상된 것이라 이야기했다.
- 주이란은 작가 방현석에게 조언과 협조를 구했는데, 방현석은 조경란에게 연락해서 주이란의 문제제기를 전했지만, 조경란은 심지어 동아일보 심사위원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방현석은 이 사건과 관련해서 자기의 이름이 거론되자 "매력없는 공방에 관련시키지 말아달라"는 해명을 하기에 이른다.
- 10월 5일 홍세화가 한겨레신문에 '혀' 라는 칼럼을 싣는다. 홍세화는 이 글에서 주이란의 손을 약간 들어주며, 이 사건에 대한 언론과 문단의 의도적인 침묵을 비난한다.
- 조경란 측은 물론 문단의 내로라할 작가들과 주요 언론사 어디도 진지한 반박을 내놓거나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자, 작가 김곰치가 화를 내며 나섰다. "이 엽기적인 표절의혹에 왜 침묵하는가" 그는 조경란의 작품은 수준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말하며, 주이란의 주장을 강하게 지지했다.
- 여기에 실천문학사 대표이기도 한 작가 김영현이 "문학이여, 나라도 먼저 침을 뱉어주마"를 통해 방현석의 비겁한 태도와 자기 정화능력이 없는 문학계의 현실을 비판했고, 이의양이란 독자가 매우 센 그리고 탁월한 글로 조경란과 문단에 공격을 퍼부었다. "비수가 혀에 꽂혔나? 독자 무시하지 말라!"
침묵으로 일관하는 조경란과 문단권력
표절의혹을 제기하며 동명의 소설 두 권이 비슷한 시기에 출판되었다면, 그리고 그 소설가 중 한 명이 조선일보에서 주는 동인문학상까지 탄 중견 소설가라면, 이는 사회적으로도 빅 이슈거리다. 그런데 의아하리만치 조용하다. '논쟁'이라고 내가 썼지만, 사실 조경란과 출판사 측은 어떠한 공식입장도 내놓지 않았고, 유수 언론사는 차가우리만치 이 사건에 냉담하다. 좀 심하게 말해, "짖을테면 짖어라"는 식이다.
주이란의 문제제기 이후 여러 사람이 의견을 제기했는데, 첫째는 표절의혹에 대한 진상을 밝히자는 것이고, 둘째는 이런 문제제기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문단과 언론에 대한 비판이다. 여기에 독자들도 가세하고 있다. 이의양 씨 말대로, 더 이상의 의도적 침묵은 독자에 대한 무시요 무례가 아닐 수 없다.
이 사건으로 인해 문학계의 배타성과 권위주의가 드러나고 있다. 한 명의 잘 팔리는 작가가 등장하면, 출판사와 언론사, 평론계까지 그를 둘러싼 층층의 호위권력이 형성되는 모양이다. 그 위력은 동료 작가들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것인가. 대학 시절 노동문학의 '깃발'로 읽었던 방현석이 "매력 없는 공방에 날 언급하지 말라"는 어색한 발 빼기를 하는 것도 그 때문일까. 매력이 없든 있든, 문제는 진실이 무엇이냐는 거다.
내가 생각할 때 문학은, 마이너리티와 소통하는 감성을 가진 영역이다. 특히 소설가는 주류사회로부터 일탈하거나 거기 항거하는 약자와 비주류적 개인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번 논란에서 한 사람은 이미 사회적 명성과 인맥을 쌓은 중견 소설가이고, 한 사람은 그 작품성도 인정받지 않은 신진 작가다. 누가 보아도 약자인 신진 작가의 피맺힌 절규에, 그 어떤 집단보다도 그런 사태에 예민하게 감응해야 할 문학계가, '증거 있어?" 식의 차가운 침묵을 통해 결과적으로 강자에게 동조하고 있다. 이런 문학이 우리 사회의 희망을 말할 수 있는가.
표절 의혹, 진실을 밝혀라
두 작품의 결말에서 혀를 잘라 요리해 먹는다는 모티프는 분명 흡사하다. 주이란의 말대로라면, 자신의 응모작품에서 조경란이 아이디어를 도용해서 자기 작품에 '끼워' 넣은 셈이다. 그리고 일단 주이란의 주장은 매우 구체적이고 논리적이다. 사실, 조경란의 반발처럼, 어느 미친 신인이 '튈려고' 하필 중견 작가 조경란을 콕 찍어 가짜 표절공방을 벌였다는 이야기는 개연성이 많이 떨어진다.
만약 주이란의 주장이 맞다면, 조경란은 심각한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 구두 수준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응모작품'이라는 완결적인 스토리와 제목을 가져갔다면 표절이 분명하다. 그것도 심사위원과 응모생이라는 권력관계를 악용한 매우 불순한 범죄가 아닐 수 없다.
정말로 우연에 의한 일치거나, 주이란에게 잘못이 있다면, 조경란 측은 생생히 전후관계를 밝혀 주이란의 주장에 반박해야 한다. 문제는 조경란 측이 확실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 결국 논란이 제풀에 지치길 바라는 것일까. 문단권력 뒤에서 침묵으로 시간을 끄는 것은 문단의 선배로도, 독자의 신뢰를 먹고 사는 작가로도 올바른 일이 아니다.
문단의 선배그룹들도 제 일을 자처하며 진실 밝히기에 나서야 한다. 이 일로 문학계 전체의 신뢰가 떨어진다면 앞으로 누가 작가의 관문을 두드리며 어떤 독자가 문학으로 삶을 위안받으려 하겠는가.
[출처] '혀' 논쟁|작성자 오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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