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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에서 책읽기 여섯번째 안내글, <감시와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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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오면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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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7 22:0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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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에서 책읽기 여섯번째 안내글, <감시와 처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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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 |
6 |
이름 : |
그날지기 |
작성일 : |
2009-02-20 17:01:23 |
조회수 : |
2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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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에서 책읽기> 2009/02/19
강사: 조 형근
미셀 푸코, <감시와 처벌>, 처벌의 역사에서 찾아낸 얼굴 없는 권력
1. 들어가며 - 화려한 체형, 화려한 카니발
<감시와 처벌>은 1757년 프랑스 국왕 루이15세 시해 기도 혐의로 체포된 다미엥의 처형 장면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좀 길지만 인용해 보자.
유황을 태웠으나 그 불길이 너무 작았기 때문에 죄수에게는 손등의 피부만 약간 상하게 했을 뿐이다. 그 다음에는 소매를 팔뚝 위까지 걷어올린 사형 집행인이 길이 45센티 정도의 불에 달군 특제 쇠집게를 집어들고, 먼저 오른쪽 다리의 장딴지를, 다음에 넙적다리를, 오른팔의 근육 두 군데를, 다음에는 가슴을 찢었다. 집행인이 아무리 체력이 강하고 억센 사람이라 하더라도 쇠집게로 찝고 있는 곳의 살을 같은 방향으로 두 세 번 비틀어 가면서 잘라내는 데 무척 애를 먹었다. 그리고 잘라낸 부분에는 각각 6리브르 화폐 크기만한 흉측한 구멍이 드러났다.
근육을 도려내는 이러한 형벌이 끝나자, 신을 모독하는 말도 아니면서 여러번 큰소리로 고함을 치던 다미엥은 머리를 들어 자기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사형 집행인은 가마솥에서 쇠국자로 펄펄 끓는 걸쭉한 액체를 떠서 상처 부분에 가득 부었다. 그 다음에는 가는 밧줄로 말들의 마구를 매는 밧줄을 묶고 죄수의 사지를 잡아당기도록 죄수의 몸과 말의 수레를 묶어 두었다.
.... 드디어 그는 네 갈래로 찢겨졌다. 이 마지막 작업은 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왜냐하면 동원된 말이 그러한 견인 작업에 익숙해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네 마리 대신에 여섯 마리의 말을 동원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불충분해서 죄수의 넙적다리를 잘라내기 위해 할 수 없이 근육을 자르고 관절을 여러 토막으로 절단해야 했다...
현대인의 관점에서 절대군주시대에 행해진 이토록 잔혹한 형벌 관행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이 시대의 형벌 관행, 그 참혹한 비인간성 앞에서 불편함을 넘어선 경악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이 시대를 계몽되지 못한 무지몽매한 야만의 시대라고 비난하는 것은 손쉬운 일이다. 하지만 푸코가 관찰하고 주장하는 바는, 이 시대와 우리 시대 사이에 형사사법의 근본적인 차이가, 나아가 권력이 인간을 처벌하고 통치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차이가 가로놓여 있다는 것이다.
미셀 푸코는 <감시와 처벌>의 목표를 이렇게 기술한다. “근대정신과 사법권력의 상관적인 역사, 처벌을 관장하는 권력이 그 근거를 두고 있으며 그 정당성과 법칙을 받아들여 그 영향을 미치고 그 엄청난 기현상을 은폐하고 있는, 이러한 과학적이고 사법적인 현실 복합체의 계보학”을 기술하는 것.
2. 체형에서 자유형으로 - 처벌의 인간화?
절대군주시대에 군주의 신체는 일 개인의 자연적 신체가 아니라 그 자체가 주권의 실체였다. 그러므로 군주의 신체는 곧 국가권력과 동일시되는 정치적 신체였다. 군주에 대한 공격은 곧 국가 자체에 대한 공격이었던 것이다. 나아가 군주 자체가 정치적 신체로서 국가였으므로 군주의 이름으로 정당화된 법률에 대한 위반은 피해 당사자가 아니라 군주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므로 그토록 잔혹했던 형벌은 군주의 보복행위였다. 체형은 권위를 훼손당한 군주가 수많은 군중 앞에서 자신의 권력을 화려한 형태로 과시하면서 그 권위를 복구하는 의식이다. 그러므로 고문과 공개처형은 그 잔혹함과는 별개로 고도로 계산된 정치적인 행사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화려하던 체형은 1760년대에서 1840년대 사이를 거치면서 유럽 전역에서 사라졌다. 화려한 의식은 사라지고 형사사법제도는 거의 완전히 변화했다. 형벌의 근본 취지는 복수가 아니라 교정, 감화로 이동했다. 신체에 주는 고통은 점차 신중해지고 완화되다가 이윽고 전면적으로 금지되었으며, 오직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식으로만 허용되었다. 체형이 자유형으로 이동한 것이다.
체형이 자유형으로 이동한 과정을 표면적으로 관찰하면 계몽주의의 성장, 인도주의적 개혁가들의 역할이 부각된다. 푸코의 관심은 이보다 훨씬 심층적이며 정치적이다. 근대 이전 고전주의시대 체형에서 중요한 구성요소는 <처벌받는 자의 신체-처벌하는 권력-군중>으로 이루어진다. 훼손된 권력의 복구를 가시화할 대상으로서 군중이 없다면 이 화려한 카니발에서는 어떤 정치적 의미도 찾을 수 없다. 군중은 잔혹하게 처벌받는 신체를 바라보고 조롱하며 모욕하면서, 한편으로는 권력에 동조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권력에 대한 공포를 체감하리라고 기대된다.
문제는 군중이 길고 잔혹한 처벌의 과정을 지켜보는 과정에서 처벌받는 자를 영웅시하면서 그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죽음을 앞두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형수는 허락되지 않는 모든 불경한 언사를 늘어놓으며, 어느 순간 카니발 군중은 주어진 위계를 전복하는 폭도로 돌변한다. 화려한 권력의 과시를 위한 체형의 절차가 오히려 권력을 조롱하고 위계를 전복하는 폭동의 장이 되는 것이다. 이런 정치적 위험의 증대 앞에서 권력은 처벌을 비가시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3. 감옥에 갖힌 신체, 교정을 위한 규율 - 규율권력의 출현
자유형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화려하고 떠들썩하던 처벌의 카니발은 사라졌다. 형벌이 완화된 대신 처벌하는 권력이 사회의 정규적 기능이 되었다. 이 정규화된 기능이 목표로 하는 것은 요란하고 화려한 ‘사건’이 아니라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예컨대 감옥에 갖힌 신체에 대해서는 고문이나 채찍질 대신 지루하고 규칙적인 일상이 부과되었다. 그 일상화의 지표로 푸코가 주목한 것이 일과표였다. 감옥은 개인의 결함과 약점들을 분류하는 일종의 상설 감시시설로서 등장했다. 감옥은 유혈적 복수 대신 신체에 대한 감금과 효율적인 신체 생산을 통한 교정의 목표로 등장한 시설이었다.
근대 이전의 권력이 범죄자의 신체를 응징하고 상처내며, 그 목숨을 끊는 데 주력했다면, 근대의 권력은 동일한 신체를 북돋우고 효율화하며, 생산적인 것으로 변화시키는 데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런 권력의 작용은 정치적으로는 완전히 중립적인 것으로 비춰진다. 권력이 관심을 갖는 것은 국가나 특정 이념과 같은 큰 타자에 대한 충성심이 아니라, 미세하고 사소하기 짝이 없는 시간표 준수, 행동규칙의 체화, 체력의 효율적 배분과 같은 규율(discipline)들이다.
신체를 길들이기 위한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규율들을 확보하기 위해서 인간의 신체에 대한 고도의 지식에 대한 필요성이 증대한다. 고전주의 시대에 이미 권력의 대상으로서 유순한 신체를 만들기 위한 이론들이 만들어졌다. 즉 신체란 그저 타고난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거나 교정될수 있고, 또 훈련에 의해 순종적으로 되거나, 숙련될 수 있으며, 근육의 강화로 힘이 증식될 수도 있다는 인식이다.
데카르트에서 라 메트리(La Mettrie)에 이르기까지 고전주의 시대 철학자 유물론자들이 열광했던 <기계-인간>은 정신의 유물론적 환원인 동시에 훈육에 관한 일반 이론이기도 하다. 그 이론의 중심 개념은 분석가능한 신체에 조작 가능한 신체를 결부시켜 유순한 신체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고분고분하게 복종하고, 유용하며, 끊임없이 변화시켜 결국 완전하게 만들 수 있는 신체가 바로 유순한 신체다. 호프만의 소설에도 나오는 그 유명한 자동인형은 단지 인체를 설명하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말하자면 정치적 인형이었고, 권력의 축약된 모델이었다.
푸코가 <감시와 처벌>에서 본격적으로 시도한 계보학적 방법론이 전면에 드러나는 부분은 규율의 기원 혹은 유래에 관한 설명에서다. 그가 규율이 발생한 역사적 장소로 주목하고 있는 세 곳은 수도원, 군대, 학교다. 중세의 수도원에서는 신에 대한 경배를 위해 모든 세속적 욕망을 끊을 것을 요구했고, 이에 따라 성무일과에 따른 엄격하고 치밀한 시간표와 고행을 위한 엄중한 신체훈련의 규율들이 발전했다. 군대의 경우도 절대왕정시대에 접어들면서 상비군체제가 확립됨에 따라 고도로 체계화된 규율들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학교교육의 경우 종교개혁 이후 카톨릭측 반격의 중심에 있던 예수회학교를 시초로 세밀하고 엄격한 규율들이 부과되기 시작했다.
이런 규율들은 단지 효율성만이 아니라 규율을 부과하는 자와 부과 받는 자 사이에 새로운 종류의 권력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지휘관은 국가나 민족에 대한 충성심이라는 거창하지만 모호한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왼발부터 내딛으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통해 병사들을 지휘할 수 있게 된다. 교사는 학과 교수만이 아니라 학생들의 자세 지도를 통해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푸코가 말하는 ‘규율권력’은 바로 이런 것이다.
푸코의 계보학적 접근이 잘 드러나는 부분은 그가 수도원, 군대, 학교라는 세 영역에서 발전한 규율들이 서로 다른 기원을 갖고 있으며, 그 자체의 필요에 따라 발전한 것일 뿐 어떤 필연적인 사회법칙에 의해 발전한 것은 아니라고 보는 점이다. 이들은 부분적 영역에서 따로 기원하여 발전하다가 근대 이행기에 사회의 다른 영역들로 확장되었다. 이는 역사적 필연이 아니라 이 시기 치열하게 전개된 다양한 힘들간의 목적 없는 투쟁의 우연적 결과다.
4. 보이는 권력에서 숨은 권력으로, 숨은 군중에서 보이는 개인으로
공개 처형의 관행에서 보듯 근대 이전 권력은 자신을 드러내고 과시하는 것을 작동원리로 삼았다. 반면 죄수는 밀폐된 지하감옥에 갖혀 있어서 자신을 드러낼 수 없었다. 그러나 규율권력은 사람들을 가시화함으로써 작동한다. 여기서는 권력이 비가시화되고 대신 권력이 지배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가시화된다.
시선의 권력이 부상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본다는 것이 권력이 되고, 보인다는 것이 복종이 되는 상태. 규율권력의 행사는 이 시선의 작용을 통해 권력의 경제를 달성한다. 판옵티콘은 이 권력의 경제가 최고도로 발현되는 이상적인 아이디어였다. 주지하다시피 판옵티콘에서 죄수들은 감시자를 볼 수 없는 반면, 모든 죄수들은 감시자의 시선에 노출되어 있다. 판옵티콘에서는 이론적으로 단 한 명의 시선을 통해 - 좀 더 정확히는 단 한 명의 관찰하는 시선이 중심에 존재한다는 가정에 의해 - 모든 수형자들을 항상 감시할 수 있다.
푸코는 감옥건축의 안으로서 판옵티콘은 실패했다고 평가한다. 중요한 것은 판옵티콘이라는 발상이 탄생시킨 권력의 도식이 전사회로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규율권력이 제대로 행사되기 위해서 보이지 않고, 따라서 지속적이며, 익명적이고 추상적인 감시의 시선이 수많은 사회의 영역들에서 제도화되었다는 것이다.
5. 푸코의 문제의식, 그리고 현재성
<감시와 처벌>은 1971년부터 시작된 푸코의 감옥정보그룹(GIP) 활동의 결과이자 일환이었다. 대부분의 기사를 푸코 자신이 쓴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이 그룹의 기관지 <관용할 수 없음>(Intoléble) 창간호 서문에서 그는 이렇게 쓰고 있다.
“재판소, 감옥, 병원, 정신병원, 노동의학, 대학, 언론기관, 이 모든 제도들을 통해 그리고 각기 다른 가면 밑에서 억압이 자행되고 있는데 그것은 결국 정치적 억압의 뿌리인 것이다. 이 억압을 피착취 계급은 언제나 잘 알고 있었다. 그 계급은 거기에 항거하기를 그친 적이 없으나 역부족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제 지식인, 기술자, 사법인, 의사, 기자 등 새로운 사회계층이 그 억압을 관용할 수 없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이 새로운 불관용이 이미 오래 전부터 프롤레타리아에 의해 행해졌던 투쟁과 조우했다. 그리고 이처럼 합쳐진 두 불관용은 19세기 이래 프롤레타리아가 형성해온 수단들을 재발견했다. 그것은 우선 노동자 자신에 의한 노동조건의 조사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관용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는 것이다.”
푸코는 정력적으로 조사했고, 수형자들로 하여금 직접 말하게 했으며, 시위 현장에서 불법연행 당하기도 했다. <감시와 처벌>은 문서고에서 나온 것이지만, 감옥문 앞에서의 투쟁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푸코는 <감시와 처벌>의 서두에서 이 책이 역사 속에서가 아니라 현재의 상황 속에서 태어났다고 말한다. 그의 계획은 바로 “현재의 역사”를 쓰는 것이었다.
근대의 형사사법은 범죄의 주체를 개인으로 상정하며, 그의 객관적 행위를 단죄한다. 하지만 푸코의 말처럼 “참으로 재판받고 처벌받는 것은 소송 요인의 구성 요소들 배후에 있는 그러한 그림자(욕망이나 충동)들”이다.
<감시와 처벌>이 단지 형사사법을 둘러싸고 처벌의 의미를 묻는 저작이 아니라 근대적 도덕이 출현하고 지배적 힘이 된 과정에 대한 계보학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이유는 푸코가 이런 점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대 이전의 처벌이 잔혹한 대신 처벌받는 인간과 1:1의 입장에 서는 복수의 형벌이었다면, 근대의 권력은 처벌받는 자를 교정, 감화하고자 한다.
범죄인류학, 범죄학, 범죄심리학, 정신의학 등의 지식은 개인이 행한 (범죄) 사항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 혹은 그녀가 어떤 인간인가, 나아가 미래에 어떤 인간이 될 수 있는가를 형벌기관에 제공하는 학문이다. 그러므로 재판관이 재판하는 대상은 범죄자의 ‘정신’인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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