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를 점령하라’와 경제학 명사들”

- 필자 : 마이클 예이츠(미국의 사회주의잡지, 먼슬리 리뷰 편집자, 「싸구려 모텔에서 미국을 만나다」(이후)의 저자)

- 역자 : 황정규

- 원문 : http://mrzine.monthlyreview.org/2011/yates231011.html 

※ 얼마 전, 지젝의 연설문을 번역해 올렸는데, 이번에는 미국의 역사적인 사회주의 잡지, 「먼슬리 리뷰(Monthly Review)」에서 편집자를 맡고 있는 마이클 예이츠의 글을 소개합니다. 이 글은 마이클 예이츠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로, 우상파괴자인 지젝과 또 다른 고전적 맑스주의자의 시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젝의 연설문은 나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 것 같습니다. 잘못된 연설초안을 번역하고 번역도 엉망인 프레시안의 번역에 비해 연설문을 제대로 감동이 느껴지게 번역한 것 같아 나름 만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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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를 점령하라’ 운동은 온 나라를 관통하고 있다. 겨우 몇 주 만에, 운동은 맨해튼에서 수백의 마을과 도시들로 퍼졌고, 그것은 지금 다른 나라들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 운동은, 우리의 공동체를 파괴하고 우리의 일자리를 없애고 우리의 정부를 통제하며 우리들(99%)을 가능한 한 불안정하게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온, 극히 부유한 개인들(1%)의 소수집단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광범위한 분노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우리가 가진 무엇이든지, 그들은 원한다. 우리가 희망하는 무엇이든지, 그들은 부정할 것이다.

나는 점령하여 시위를 해온 수천 명의 노고에 찬사를 보낸다. 나는 모든 이들에게 ‘월가를 점령하라’를 지지하기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무엇이든지 하기를 촉구한다. ‘월가를 점령하라’가 벌어지는 곳을 방문하라. 돈을 지원하라. 이 일에 대해 당신의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라. 이와 같은 어떤 일이 미국에서 일어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으며, 어떤 일이 뒤따라올지는 전혀 말할 수가 없다. 일부 논평자들은 ‘월가를 점령하라’가 새롭고 급진적인 정치운동의 탄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들이 맞기를 희망한다.

유명한 사람들이 주코티 공원에 끌리고, ‘월가를 점령하라’ 현상에 대해 뭔가를 쓰는 것을 보는 일은 흥미로운 것이었다. 이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우리는 명사 문화(celebrity culture) 속에서 살고, 미디어는 명사들에게 매달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면서 “중요한” 사람들의 시각만이 문제가 된다는 관념, 어떠한 사건도 잘 알려진 이들의 눈을 통해서만 보아야 한다는 관념을 전달한다. 나는 경제학을 가르치기 때문에, 뉴욕시의 금융가에 가서 ‘월가를 점령하라’ 운동을 환영하거나, 이에 대해 우호적으로 글을 쓴 유명한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자유주의 경제학의 스타 열전인 폴 크루그만, 제프리 삭스, 로버트 라이히, 조지프 스티글리츠, 제프 매드릭)에 대해 특히 주목한다. 그들이 현장에 오자 ‘월가를 점령하라’ 지지자들은(대개 내가 좌파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을 포함하여) 박수갈채를 보냈다. 크루그만, 삭스 그리고 스티글리츠는 특히 칭찬을 받았다. 이들은 과거에 통탄할 만한 일들을 말하거나 행한 바 있었다(예를 들어, 삭스는 소비에트 블록의 붕괴 이후 러시아와 폴란드의 자문이었으며, 그는 이들 나라에서 삶을 황폐화시킨 “충격요법”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나의 좌파 지인들은 지금 그들의 심경 변화를 열심히 환영하였다.

나는 이 경제학자들이 자신들이 가졌던 과거의 시각들을 몇 가지를 거부한 것에 대해 찬사를 보낸다. 그들이 ‘월가를 점령하라’를 지지한 것도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우리에게 말할 만한 것은 딱히 배울 만한 것도 아닐 뿐더러, 그것은 미국에서의 권력균형을 확고하게 99%에 우호적으로 이동시키지도 않을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전직 세계은행 은행장이었던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월가를 점령하라’ 점령자들에 대한 그의 언급에서 자유주의적 시각을 훌륭히 요약하였다.

“여러분들이 분노하는 것은 옳다. 체제가 옳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들이 충족시켜야 할 많은 욕구들을 가지고 있을 때, 일자리가 없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에게 그렇게 많은 집 없는 사람들이 있을 때, 우리가 사람들을 자신들의 집에서 쫓아내고 있다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의 금융시장들은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 있다. 그것들은 자본을 할당하고 위험을 관리하게 되어 있다. 우리는 그것들의 악행에서 나오는 비용들을 감내하고 있다. 우리가 손실은 사회화하면서 이득은 사유화하고 있는 체제가 있다. 그것은 자본주의가 아니다. 그것은 시장경제가 아니다. 그것은 왜곡된 경제이며, 만약 우리가 그것을 지속한다면, 우리는 성장하는 데 성공할 수 없으며,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성공할 수 없다.”

첫 번째 문장 이후의 거의 모든 문장이 틀렸다. 실업자와 집 없는 이들에 대한 문장들은 그 자체로 보면 괜찮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문장들은 “체제가 옳게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문장의 뒤에 와 있다. 그러면 어떠하다는 것인가? 체제는 자본주의 체제가 작동하는 방식대로 정확하게 작동하고 있다. 그것은 항상 부와 빈곤의 극단, 경기후퇴나 불황이 뒤따르는 투기적 거품의 시기들, 피고용자들의 과도노동과 노동예비군,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 소외된 작업장, 농민토지의 절도, 환경에 대한 약탈, 다시 말해 자본의 지배로 특징지울 수 있다. 손실은 항상 사회화되며, 이득은 항상 사유화된다. 공정하면서 자본주의인 사회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위에서 거론한 다른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스티글리츠의 글과 유사한 글들을 썼다. 그들은 모두, 우리가 자본주의를 적절하게 규제할 수 있는 정부를 가지기만 한다면, 자본주의를 예전에 그랬듯이 99%를 위해 다수의 이익을 지키며 기능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마가렛 대처와 로널드 레이건이 인도한 시장근본주의라는 신자유주의 시기가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모두(스티글리츠와 크루그만의 친구이자 동료 경제학자인, J. 브래드포드 드롱의 말을 쓰자면) “유토피아에 굽실대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의 원인이 자본주의의 본성에, 그 운동법칙의 작동에 있다는 생각은 그들의 마음에 들어가 있지 않다.

내 친구들 중 한 사람은 ‘월가를 점령하라’가 미국의 정치지형을 변화시켰다고 말한다. 그것은 세계에서 무엇이 진행되고 있고 우리는 이와 관련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토론하고 논의하기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그는 우리가 농성자들이 고유한 요구들을 제안하지 않았다고, 혹은 사회변화에 관한 만반의 이론을 발전시키지 않았다고 불평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드디어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는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조건들을 목도하는 가운데, 남녀노소가 광범위하고 명백한 분출을 하고 있다는 데에 우리는 행복해야만 한다. 이 뒤범벅 속에서 우리만의 사상을 위치시키고, 우리만의 장소들에서 고유한 요구들을 중심으로 조직하고, 우리만의 정치조직들을 형성하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있다고, 내 친구는 말한다.

나는 내 친구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래서 내가 급진적 경제학자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두 가지 주장만 하게 해주었으면 한다. 첫 번째로, 경제에 대한 우리만의 분석을 발전시키고, 주류 경제학에 대해 비평하는 것과 빈민과 실업자에게 눈물을 흘리는 일부 주류 경제학자들에게 조아리고 숭배하는 것 모두를 삼가자. 크루그만, 삭스, 스티글리츠와 같은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자본론 1권의 거의 매 페이지에서 칼 맑스가 발전시킨 것과 조금이라도 비견할 수 있는, 자본주의 경제의 작동에 대한 단 하나의 통찰도 가지고 있지 않다. 더구나 그들은 영원히 가지지 못할 것이다. 나의 두 스승인 해리 맥도프와 폴 스위지는 이를 잘 이해하였다. 해리는 크루그만을 “자본주의를 위한 싸움꾼”이라고 불렀다. 이 말은 크루그만이 존 메이나드 케인즈로 전향하기 전에 했지만, 여전히 사실이다. 한번은 점심식사를 하면서, 내가 폴에게 막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였고 폴과 함께 뉴딜기간 동안 루즈벨트 행정부에서 일했던 자유주의 경제학자, 윌리엄 비크리의 경제사상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스위지는 비크리가 좋은 사람이지만, 그가 상을 받게 된 경제학에서의 진전은 “사소한 것”이라고 말하였다. 동일한 말이 크루그만과 스티글리츠 모두에게 적용된다. 내가 조합원을 가르쳤던 경제수업에서, 나는 케인즈와 자유주의 경제학이 학생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는 알게 되었다. 그러나 맑스는 그들을 설득시켰고 주목을 끌게 하였다. 그렇기에 맑스에 충실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많이 자본주의에 대한 그의 이해에 의지하자. 이것은 1%에 의해 흡수될 수 없는 유일한 경제학이다. 그것은 그들이 두려워하는 유일한 것이다. 우리는 항상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맑스주의자가 되길 기다릴 것이다. 미국에서, 나는 존경받는 신고전파에서 급진적 경제학자로 전향한 사람을 존 거리, 딱 한 사람 알 뿐이다. 그는 마오쩌둥의 경제학을 칭찬하는 만용을 지녔고, 그러고 나선 그를 유명하게 만든 이 주장을 몽땅 부정해버렸다.

두 번째로, 급진적 경제학자들은 스스로 노동자계급과 확고하게 동맹해야만 한다. 이것은 자유주의자들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칼 맑스는 노동자의 교육자였고, 세계 최초의 노동자계급 정당의 창설자였다. 엥겔스는 가족의 부를 자본가들에 대항하는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사용하였다. 그들과 그들의 계승자들은 노동자들과 하나가 되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일부 노동자들이 제기하는 인종주의, 성차별주의, 민족적 국수주의에 대해, 여러 노동조합들의 실천들에 대해 비판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으며, 성심으로 유보 없이 계급투쟁에 일체가 되어 참여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반드시 그래야 하듯이, 그들은 99%와 함께 했으며, ‘월가를 점령하라’와 같은 저항에 몸이 항상 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마음은 함께 하였다. 한편, ‘월가를 점령하라’에 나타난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정치학이 없다. 사실, 내가 여기서 언급해야 할 것은 그들의 수입에서나, 재산, 그리고 그들이 움직이는 사회적 서클의 측면에서나 그들은 어엿한 1%이다. 나는 결국에 그들이 계급적 자살을 감내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나는, 내년이 오면 그들은 오바마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천만 노동자들이 자신의 공장, 건설현장, 학교, 병원, 사무실을 점령하게 된다면, 그들은 사태가 너무 멀리 나갔다고 말할 핑계를 찾을 것이다.